BBC “단정한 옷차림 소녀에 이목”
로이터 “유력 차기 지도자 국제 데뷔”
2024년부터 군수공장 시찰 등 광폭행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중국 전승절’이라는 대형 이벤트로 첫 외교 무대에 등장하자 국제사회의 이목도 집중됐다. 외신들은 북한이 ‘4대 세습’ 의지를 굳히고, 주애를 최고 권부 승계 구도의 선두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3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방중길에 1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주애가 동행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으로, 사실상 후계자 신고식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날 김 위원장이 베이징역에 도착한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에는 주애가 김 위원장 바로 뒤에 따라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주애의 깜짝 등장은 북한이 4대 세습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애가 김 위원장과 함께 나타날지 관심이 컸던 만큼 주요 외신들도 이 사실을 상세히 보도했다. 주애의 방중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라는 관측에 더 힘을 실어줄 것이란 진단을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2일(현지시간)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한국 관찰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그가 전용 열차에서 내릴 때 그 뒤에 단정한 옷차림으로 서 있던 소녀 김주애였다”고 전했다. BBC는 북한 매체들이 주애를 언급할 때 쓰는 ‘존경하는’, ‘사랑하는’ 등의 수식어에 주목해 “북한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이들에게만 부여되는 것으로, 아버지인 김 위원장의 경우 후계자 지위가 공고해진 뒤에야 비로소 이런 호칭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주애의 이번 방중이 “그녀가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전 세계에 발신한 것”이라고 전했다. CNN도 “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처럼, 김주애가 언젠가는 이 같은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통신도 3일 ‘북한 차기 최고지도자의 선두 주자가 중국에서 국제적 데뷔를 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애를 상세히 소개하고, 주애가 “차세대 지도자 또는 핵심 엘리트로서 실질적 의전 경험을 쌓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 모두 아버지의 해외 방문에 동행했던 경험이 없는데, 주애가 북한 밖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것은 의미있다고도 설명했다.
주애는 2022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불과 2년여 만에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불리며 빠르게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북한 정치·군사·민생 현장에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며 정치적 상징성을 암시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황해북도 광천 닭공장을 시작으로 서포지구 새거리 착공식과 전위거리 준공식, 최현급 구축함·군수공장 시찰, 러시아 대사관 방문 등 활동 반경을 대폭 넓히고 있다.
짧은 기간 확립한 이러한 존재감은 김 위원장이 주애를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내세우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후계 선언이 명확히 이뤄진 것은 아닌 만큼, 권력 세습의 불가피성을 미리 각인시키려는 성격 정도로 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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