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종전협상 비협조엔 “매우 실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에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가 몇 시간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중국 전승절을 바라보는 미국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계기로 한 북·중·러 3국 밀착을 도전으로 보거나 미국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우려하느냐는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미국)가 필요하다.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도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세 나라가 무얼 하든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뽐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베이징 톈안먼 일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좌우 양옆에 두고 전승절 행사를 시작한 직후,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다시 글을 올렸다. 그는 “중국이 매우 적대적인 외국 침략자를 상대로 자유를 확보하도록 도울 목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제공한 막대한 양의 지원과 ‘피’를 시 주석이 언급할지가 답변돼야 할 중대한 문제”라며 “중국이 승리와 영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이 죽었다. 나는 그들이 그들의 용기와 희생에 대해 정당하게 예우받고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로 불리는 미군 조종사들이 일본의 침략을 받고 있던 중국을 지원한 것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당신(시 주석)이 미국에 대항할 모의를 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도 했다. 한껏 공을 들였고,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외교적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장담해 온 북·러 정상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데 대해 특유의 비꼬는 말투를 동원해 섭섭함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스콧 제닝스 라디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종전 협상에 협조하지 않는 푸틴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두고 “매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순조롭지 않고 중국과는 무역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가운데 중·러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모종의 논의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언론 질의응답에서 종전 협상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했느냐’는 질의에 “매우 흥미로운 것들을 파악했다. 앞으로 며칠 후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