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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와 중수청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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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3 07:01:46 수정 : 2025-09-03 07:01:43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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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에 중앙수사부(중수부)가 창설된 것은 제5공화국 출범 직후인 1981년 6월의 일이다. 그 전신은 1973년 1월 생긴 대검 특별수사부다. 부정부패 사건과 공안 사건 수사를 나란히 담당한 특수부를 둘로 쪼개며 각각 중수부, 공안부가 되었다.

 

이후 대검 중수부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 기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1982) 수사가 신설 중수부의 입지를 탄탄히 굳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수통 검사들의 집합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중수부 영장은 기각되지 않는다’ 등 온갖 수식어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전경. 이재명정부의 검찰 개혁 추진에 따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탄생한 검찰 조직이 77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씨 등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 중수부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불법 대선 자금 사건(2003) 수사는 중수부의 명성에 정점을 찍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부터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중진 국회의원까지 줄줄이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부정부패에 찌든 정치권에 실망한 시민들은 성역 없는 검찰 수사에 환호했다. 오죽하면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이름을 딴 ‘송광수·안대희 팬클럽’까지 생겼겠는가.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오르막을 지나면 내리막과 마주해야 하는 법이다. 이명박(MB)정부 첫해인 2008년 부산·경남(PK) 출신 기업인 박연차(2020년 별세) 태광실업 회장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던 중수부는 박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불법 자금을 거넨 정황을 포착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10층에 걸려 있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현판. 2013년 4월 중수부 폐지와 함께 철거돼 검찰 역사관으로 옮겨졌다. 방송 화면 캡처

이듬해인 2009년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지인들을 겨냥한 대대적 수사가 시작됐다. 그해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중수부를 비롯한 검찰 조직에 대대적인 역풍(逆風)이 몰아쳤다. ‘무소불위 검찰권의 첨병’으로 지목된 중수부는 결국 2013년 4월 폐지 수순을 밟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재명정부 들어 ‘검찰 개혁’이 당정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 검찰청의 수사와 기소 양대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개혁안의 핵심인데, 일선 검사들은 ‘사실상 검찰 해체 아닌가’ 하며 마음을 태우는 모습이다.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일명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 기능을 거기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수청과 중수부라니, 묘하게 비슷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법조계 일각에선 중수청을 두고 “무소불위 권력이 될 수 있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옛 중수부의 영욕(榮辱)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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