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美·서방 ‘이중잣대’ 우회 비판… 국제질서 재편 노리는 中·러 [김정은 방중]

입력 : 2025-09-02 18:21:32 수정 : 2025-09-02 22:59:10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시진핑·푸틴 정상회담 내용·의미

習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
푸틴 “매우 시기적절·필요” 동의
우호·협력 메시지 내며 ‘의기투합’
中 관영매체 “강대국 책임감 표현”
요미우리 “러 고립 탈피 알린 무대”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양국이 국제무대에서 직면한 외교적 입장과 시기 등이 맞물려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양국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겪으며 미국 및 유럽 등 서방세력과 맞설 추진력이 절실한 가운데 두 정상이 협력의 메시지를 냈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치러진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중·러 관계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더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뜻을 모았다. 시 주석은 전날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 연설에서도 주권 평등과 국제법 준수, 다자주의 실천, 인민 중심의 접근, 실질적 행동 등 5가지 핵심 원칙을 내세운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회원국 등 참석 정상들에 제시한 바 있다. 일견 국제관계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도상국의 발언권 확보 필요성과 기존 국제질서의 ‘이중잣대’ 등을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미국 및 서방을 비판했다. 여기에 하루 뒤 러시아와 양자회담에서 또 한 번 ‘거버넌스 구축’을 거론하며 국제질서 재편의 의지를 피력했다.

마주앉은 양 정상 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베이징=EPA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시 주석은 거버넌스 구축의 무대로 “유엔·SCO·브릭스(BRICS)·주요20개국(G20) 등 다자플랫폼”을 거론했다. 그동안 미국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다자주의 외교무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식 외교·무역정책 추진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이 중국에게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틈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의 외교적 입장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일 사설을 통해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이 “글로벌 거버넌스가 전진과 후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와중에 시의적절했다”면서 “강대국으로서의 중요한 책임감을 뚜렷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주도국으로 도약을 꿈꾸는 중국의 ‘야심’을 보여주는 문구다.

 

중국은 3년 넘게 지속돼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아온 러시아와의 밀착을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숨김없이 드러냈다. 중국이 미국과 통상 및 안보 관련 갈등을 이어가고,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놓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정상은 1월 화상회담, 2월 전화 통화, 5월 시 주석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 등을 통해 세 번이나 소통하는 등 접촉을 늘려온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그동안의 관계 개선을 과시하듯 러시아를 향한 ‘덕담’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 부르며 “러·중 관계는 변화하는 국제환경의 시험을 견뎌냈다”고 강조하고, 러·중 관계를 이웃 간 우호, 광범위한 전략적 협력, 상호 호혜 협력의 좋은 예라고 칭한 것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긴밀한 소통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있는 양국 관계의 전략적 성격을 반영한다”면서 “전투 형제애, 신뢰, 상호 지원, 공통 이익 수호에 대한 굳건한 기억은 러시아와 중국 간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및 전략적 협력의 기초가 됐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이 제안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매우 시기적절하고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거버넌스상의 결손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중국의 리더십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양국의 거침없는 ‘브로맨스’에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전쟁에서 침략자로 간주되는 러시아와 공개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통해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독재 정권들에 대한 중국 국가주석의 영향력을 부각시키려 했다”면서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입장이 미국의 동맹관계 및 국제관계에 부담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러시아 역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중 기간 동안 중국 및 인도·튀르키예·이란 등 SCO 국가들의 공개적 지지를 받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푸틴 대통령의 경우 이번 방중이 러시아가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좋은 무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에 소재한 유라시아 전문 연구기관 케넌연구소의 마이클 키매지 소장은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러시아 경제에 중요한 관계망을 구축했으며, 푸틴 체제를 정당화하고 전쟁이 러시아에 미치는 영향을 훨씬 경감시켰다”고 설명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블랙핑크 제니 ‘수줍은 손인사’
  • 블랙핑크 제니 ‘수줍은 손인사’
  • 카리나 '해맑은 미소'
  • 박은빈 '반가운 손인사'
  • 전지현 '단발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