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위 축소·처벌 완화 등 보완 시급”
상법 개정으로 주주들이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코에 걸면 코걸이’인 모호한 배임죄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일 ‘기업 혁신 및 투자 촉진을 위한 배임죄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 투자 결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으로 정상적인 경영판단까지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기업 현장의 우려가 더욱 커진 만큼, 배임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은 배임죄 적용 대상이 과도하게 넓고 판단 기준은 모호하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최근 10년간 배임죄로 기소된 인원이 연평균 31명에 그친 반면 한국은 965명으로 약 31배에 달한다. 일본은 ‘목적’이 있어야만 배임죄가 성립하지만, 한국은 배임 행위 요건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모호해서 이런 격차가 났다. 법원도 배임 행위를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배임죄 주체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규정돼 임원뿐 아니라 일반직원도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도 보완이 필요하다. 독일은 ‘타인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지위’로 주체를 제한하고 있다.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배임죄 고소·고발이 남발되다 보니, 정작 배임죄 기소율은 전체 평균(39.1)보다 낮은 14.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경총은 배임죄 주체를 ‘타인의 재산 보호·관리에 법률상 책임이 있는 사람’, 손해 개념을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 등으로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경총은 해외와 비교해 배임죄 최대 처벌 형량이 가혹한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해외의 경우 독일은 최대 형량이 ‘5년 이하 징역 혹은 벌금형’, 일본·영국은 ‘10년 이하 징역 혹은 벌금형’, 미국은 ‘20년 이하 징역 혹은 벌금형’ 등이다. 경총은 “현행 배임죄 가중처벌 적용 기준은 30년 넘게 조정되지 않아 국내총생산(GDP)이 11.4배 증가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경총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배임죄는 기업가 정신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오랫동안 지적받아 왔음에도 개선이 되지 못했던 문제”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배임죄를 개선해 어려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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