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남성이 처음으로 4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결과는 남성의 육아 참여의 목소리가 커진 결과로 풀이되는데, 일부에서 육아휴직 후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의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2일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13만 3000명 중 남성이 4만1829명으로 처음으로 4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4872명)과 비교하면 8.6배 늘어난 수치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남성이 31.6%를 기록해 최초로 30%를 넘었다.
다만 여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9만706명으로 전체 중 68.4%를 차지하는 등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런 배경에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맘 편히 사용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일부는 장기간 휴직보다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택한다.
실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수급자는 2만6627명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는데, 특히 남성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수급자는 3270명으로 처음으로 3000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성의 육아 참여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는 여전히 남아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어렵게 하는 게 현실이다.
앞서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근로자가 육아와 병행하기 어려운 근무 조건을 강요받아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인 A씨는 2019년 1월부터 B재단에서 사회재활교사로 일하다가 이듬해 5월부터 1년간 홀로 키우는 딸을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썼다.
휴직 기간이 끝나갈 무렵 재단으로부터 업무지시서를 받았는데, 매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일하고 요일을 정해 오전 6~8시까지 시간 외 근무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육아휴직 전 A씨 근무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고 45시간 범위 내에서 오전 6~8시 시간 외 근무를 해왔다.
A씨는 “새벽 1시에 퇴근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기도 어려운 시간대”라며 근무 시간을 조정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A씨는 2021년 5월 복직하면서 이전 근무 시간인 오전 11시에 출근하려다 저지당했고 결국 “무단결근을 했다”는 사유로 면직 처분을 당했다.
다행히 A씨는 면직 처분이 무효라며 소송을 내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재단의 업무지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육아휴직 전의 근무시간·조건을 바꿔 사실상 자녀를 양육하면서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게 하는 위법한 업무지시”라며 “A씨가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면직 처분을 한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2심도 “A씨에게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맡겨진 업무는 시설 정리나 일지·계획서 작성 등으로 해당 시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아니고, A씨가 자녀를 돌봐야 하는 시간과 중복된다”며 “퇴근 시간인 새벽 1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하고 장애인을 위한 ‘동행콜’ 이용도 원활하지 못한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단의 업무지시는 A씨가 시설장의 입소 장애 여성 성추행을 고발하고, 근로지원인 서비스 부당 이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복직을 막기 위한 위법한 업무지시”라고 판단했다.
재단 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남녀고용평등법 해석이나 근로기준법의 휴업수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이어 “A씨에 대한 면직 처분을 취소하고 복직하는 날까지 기존 월 급여 수준인 265만원씩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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