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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31억 들인 의병역사공원… 썰렁한 전시실엔 관람객 없어 ‘컴컴’

입력 : 2025-09-03 06:00:00 수정 : 2025-09-02 19:23:05
울산·창원=글·사진 이보람·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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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3년… 자료 부실해 시민 외면
설립 근거된 역사기록도 고증 논란
마산 민주주의 전당도 부실 도마위
윤호중 행안장관 “시정·보완할 것”

지난달 28일 오전 찾은 울산시 북구 매곡동의 기박산성 의병역사공원. 기박의 한자식 표현인 ‘기령(旗嶺)’ 글자가 새겨진 상징석 뒤로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상징석 왼편에는 연면적 443㎡, 2층 규모의 건물이 있었는데, 울산 의병의 발자취를 알리는 전시관과 카페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1층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2층 카페를 거쳐 1층 전시실로 내려가 보니, 불은 꺼져 있었고 실내는 어둑했다. 바닥은 물이 샌 듯 얼룩져 있었다. 전시물이라고는 18명의 의병 이름과 일본군과의 전투를 그린 상상화, 간략한 설명판이 전부였다. 카페 관리인은 “(여기는) 볼 게 없다. 찾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불은 켜둬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 기박산성 의병역사공원의 모습. 의병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설치돼 있다.

울산의 의병정신을 기리겠다며 개관한 지 3년이 된 기박산성 의병역사공원이 여전히 교육과 체험의 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박산성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후 울산 출신 무신 제월당 이경연(1565∼1643)을 중심으로 의병이 봉기한 곳이다. 왜군과 전투를 벌였던 게 제월당의 문집 ‘제월당실기’에 기록돼 있다.

울산 북구는 2022년 사업비 31억원을 들여 기박산성 의병역사공원(8640㎡)을 조성했다. “볼 게 없다”는 평가 때문에 북구는 지난해 전시공간을 늘리고 자료를 보강했지만 여전히 설명 자료 위주의 단조로운 전시에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역사적 사실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다. ‘제월당실기’는 이경연이 생전에 남긴 기록이 아니라 후손이 1909년 편찬한 것으로, 날짜와 인물 기록이 다른 사료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콘텐츠와 시설 확충을 위한 용역을 진행해 시설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허술한 전시관 운영 문제는 최근 경남에서도 나왔다. 마산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한 ‘민주주의 전당’ 이야기다. 이 전시관 설립에 국비가 투입된 점을 들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시정·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전시관은 민주화운동 관련 전시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울산·창원=글·사진 이보람·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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