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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서 받은 영감 요리에 담아… 재미·꿈 함께 좇는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입력 : 2025-08-16 11:00:00 수정 : 2025-08-16 10: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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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201·광효001’의 조광효 셰프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출연 유명세
아직도 당시 별명 ‘만찢남’으로 불려
만화방 운영하다 요리에 끌려 새 길
부드러운 식감 동파육 시그니처 요리
특유 향·맛 조화로운 마파두부도 인기
“손님 접시는 빠른 피드백의 답안지”

‘조광201’과 ‘광효001’을 운영하는 조광효 셰프를 만났다. 그는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를 통해서 유명해졌다. 조 셰프는 이 프로그램에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별명으로 출연했는데 흑백 요리사의 성공으로 한동안 조광효보다 ‘만찢남’으로 더 많이 불렸다. 아직도 조광효보다 ‘만찢남’이라는 별칭으로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그에게 ‘만찢남’이라는 별명은 또 다른 이름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조 셰프는 많은 아이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를 매우 좋아했다. 만화책을 보는 그 시간이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2015년 직접 만화방 운영을 시작했다. 만화책에 나오는 음식들을 실제로 만들어서 팔아 보기도 했는데, 의외로 손님의 반응이 좋았다.

조 셰프가 좋아하는 만화책에 등장하는 요리를 재현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손님의 반응 덕분에 계속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점점 요리에 흥미를 느끼면서 관련된 공부를 했다.

동파육

조 셰프는 만화책과 요리책을 언제나 즐겨서 보고 항상 곁에 두다 보니 책에서 다양한 지식을 쌓으며 점차 성장했다. 닥치는 대로 요리책을 읽고 네이버 카페에서 다른 요리사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요리를 배웠다. 정식 교육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여러 음식점에 가서 실제로 먹어본 것이 꽤 많은 도움이 됐다. ‘만찢남’이라는 별명 때문에 만화에 등장하는 요리만 만든다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는데, 새로운 메뉴를 만들기 위해서 만화책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연구한다. 만화를 통해 영감을 받고 재미와 위트를 찾기는 하지만 만화를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자극을 받고 공부를 하고 있다.

조광201은 만화방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들어서 오픈한 매장이다. 매장의 이름은 자신의 이름과 공간 주소인 201호를 합쳐서 만들었다. 조광201은 사천요리가 베이스로 주로 마라를 사용한다. 방송을 통해 동파육이 유명해졌지만 사실 매장을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건 마파두부다.

동파육은 부드러운 식감이 가장 중요한 맛의 포인트. 조 셰프는 이런 식감을 위해 원물의 50% 이상을 떼어내어 최상의 맛을 한 점에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좋은 맛을 경험한 고객들이 다시 방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맛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마파두부

조광201은 각 재료의 향에 집중해서 음식을 만든다. 고추기름, 파기름, 오렌지 기름처럼 향신 기름을 다양하게 사용해, 음식을 맛보는 손님에게 요리마다 명확한 캐릭터를 제공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동파육은 돼지 특유의 향이 날 수밖에 없는데 본토 특유의 향신료를 빼고 시트러스한 향을 내는 진피, 구기자, 오미자를 사용한다. 마지막에 오렌지 껍질을 갈아서 추출한 오렌지 오일을 조금 뿌려 돼지고기 특유의 무겁고 기름진 맛을 산뜻하게 감싸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파두부 특유의 향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마파두부는 본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향신료를 사용하는 그 미묘한 지점을 잡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두부의 질감과 소고기 기름의 진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통해 지금의 맛을 잡을 수 있었다. 마라를 즐긴다면 누구나 편하게 맛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요리를 하면서 멘토를 물어보는 질문에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주인공 레미가 그 어떤 환경에서도 요리를 한다는 사실이 멋지게 느껴졌다고 답변을 하는 조 셰프는 아직도 재미와 꿈을 좇고 있다. 여러 셰프를 통해 여전히 많은 배움과 자극을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나 만화책 요리에 관심이 가고 그 음식들을 재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 역시 조 셰프의 동심에 가까운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 셰프는 손님에게 제공하는 요리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음식을 돌아보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손님께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만들어진 레시피를 다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실험을 하면서 다시 보완하고 만들기를 반복한다.

특히 손님의 접시는 빠른 피드백을 주는 답안지이며 이 접시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셰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고객에게 제공된 접시가 성적표이고 오답노트라 생각하며 조 셰프는 오늘도 공부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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