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의 쓸모/ 찰스 틸리/ 최지원 옮김/ 유유/ 2만2000원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1993년 가수 김건모가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핑계’의 가사 중 일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노랫말처럼 상대방이 듣기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조차 이유를 대려고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틸리는 모든 대화에 들어 있는 이유에 주목했다. 실제적인 원인을 탐구하겠다는 게 취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대화에서 ‘이유를 대는 이유’를 분석해 사회적 상호작용의 구조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책상에 있던 다른 사람의 책을 떨어뜨린 뒤에 어떻게 대화를 할까? “내가 좀 덜렁대는 성격이야”라거나 “어제 잠을 못 자서 실수했다”고 양해를 구한다. “어떤 대화든 여기에 완벽하게 올바른 이유는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관습적인 이유를 대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확증하게 된다.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유는 결국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접근방식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왜’라는 말 뒤에 숨은 ‘이유’를 돌아보면 사회적 관계가 보인다.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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