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에만 작업장서 137명 사망
최근 5년 산업재해자 수 매년 증가
李, 잇단 사고 포스코이앤씨 때리기
고용부 “전국 모든 현장 불시 감독”
쿠팡, 노동자 안전·플랫폼 책임 강화
CJ대한통운은 작업중지권 보장 확대
역량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선 불만도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산업재해 예방을 강조하는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재 사망자가 줄지 않는 등 사각지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망사고 발생 시 실질 제재 가능한 방식을 고민하겠다”며 “형사처벌, 징벌적 손해배상과 함께 공공 입찰에 참여를 제한하거나 영업정지 조치를 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이 법은 산재로 근로자가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핵심이다. 법 제정 때부터 사고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에 중점을 둬 실효성이 작다는 우려가 나왔다.
처벌마저도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 시행 뒤 법원 판결이 이뤄진 46건 중 실형 선고는 5건뿐이고, 2건이 벌금형, 나머지 대부분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기업이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보다 사고 이후 면피를 위해 법률 컨설팅에만 의존한단 비판도 있다. 김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대형 로펌(법무법인)만 좋아졌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있어 실효성을 강화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업주가 법상 의무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작업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137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명 줄었다. 그중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은 83명으로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5명 늘어난 규모다.
전체 산업재해자 수는 늘고 있다. 질병과 사고를 합한 재해자 수는 2020년 10만8379명에서 매해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4만2771명을 기록해 전년보다 4.4% 늘었다. 전체 산업재해율은 0.67%로 2023년(0.66%) 대비 0.01%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산재가 반복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질책한 포스코이앤씨 경우 올해만 4차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고용부는 본사와 시공 중인 전국의 모든 현장 65곳(이미 감독을 받은 37곳 제외)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감독을 불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국내 시공능력 7위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본사 및 최고경영자(CEO)의 안전관리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기업들은 안전과 근로 환경 개선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산재예방대책 주요 대상으로 꼽혀 온 쿠팡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노동자 안전과 플랫폼 책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들어 배달기사, 물류센터 안전 조처 관련 보도자료를 9건 내며 노동자 보호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중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건강관리를 위해 건강검진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폭염·폭우 등 배송이 어려운 환경에 쓸 수 있는 ‘작업중지권’ 보장도 확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재가 발생하면 모든 활동이 전면 중단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는 큰 타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안전 점검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기업에 비해 안전관리 분야에 쏟아부을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산재가 발생할 경우 보상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 등 이미 충분히 많은 제재를 받게 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추가한다면 기업은 보수적인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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