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보험의 지속가능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세인 사회보장세(사회보장분담금)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수차례 제기됐었다.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 기금의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보험료 외 재원을 다각화해 규모를 키우자는 목소리다.
박근혜정부 출범을 코앞에 둔 2013년 1월에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당시 최병호 원장이 새 정부의 보건복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기존 조세 제도의 재정비와 더불어 사회보장세 신설을 주장했다. 세원으로는 근로소득공제 및 과표 조정을 통한 소득세 인상, 지방세 탄력세율 조정을 통한 재산세 인상, 부가가치세 인상, 주류·담배 등의 부담금 인상을 꼽았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이듬해 1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서 검토 방침을 밝혔으나 국민 반발을 우려해 논의를 중단했었다.
문재인정부는 2020년 12월 고용보험 대상을 기존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까지 모든 취업자로 넓히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대상 확대에 필요한 재정 확충방안까지 공론화되지 않았으나, 2018년 모든 취업자에게 적용되는 고용보험을 구축하고 취업자의 사회보장세를 인상한 프랑스가 롤모델로 떠올랐었다.
국민연금 개혁이 화두였던 윤석열정부에서는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이 부가가치세 기반의 사회보장세 검토를 제안한 바 있다. 학계에선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방편으로 현세대에서 사회보장세를 걷어 기금을 운용하고, 미래의 수급자가 쓸 수 있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건강보험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사회보장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료를 대폭 올리거나 국가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한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8년, 국민연금 기금은 2071년 각각 소진될 전망이다. 고용보험 가입 기준이 근로시간에서 소득 기반으로 전면 개편돼 이르면 2027년 1월부터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의 가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사회보장세와 같은 실효성 높은 재정 확충방안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폰지사기’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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