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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국무위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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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3 22:48:57 수정 : 2025-07-23 22:48:56
조병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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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동료에게 갑질하는 사람에겐 허락할 수 없는 자리

미국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테러가 발생해 대통령과 내각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만일을 위해 다른 장소에서 대기 중이던 대통령 승계순위 13위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 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대통령 대행직을 맡아 혼란스러운 정국을 하나씩 수습해 나간다. 그는 나중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는 미국 정치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의 줄거리다. 국내에서도 리메이크된 이 드라마는 국무위원이라는 자리의 엄중함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비슷한 대통령직 승계 제도를 택하고 있다. 헌법 제71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순으로 권한을 대행한다. 그래서 대통령 해외순방이나 방북 시에는 국무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다. 헌정사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사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 이미 여러 번의 권한대행 체제가 시행됐던 아픔이 있다. 국무위원은 단순히 정부부처 수장이 아니라 헌법이 정한 국가 최고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적 후보군이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지난주 이재명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 슈퍼위크가 진행됐다. 장관 후보자 16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여느 정부와 다름없이 위장전입부터 시작해 부동산 투기, 농지법 위반, 병역특혜, 탈세, 논문 표절 등 고위공직자에겐 없으면 오히려 이상할 온갖 의혹이 쏟아졌다. 특히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갑질 의혹’은 파장이 거셌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하며 국회를 향해 임명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야당을 비롯해 여당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등에서도 반발의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자진 사퇴로 마무리됐지만 끝이 개운하지 않았다.

 

국무위원은 단순히 최고위급 행정관료가 아니다. 헌법이 규정한 대로 언제든 국가 최고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다. 아픈 우리 헌정사까지 되짚지 않더라도, 행정부 최고위직 관료이자 동시에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운영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자리다. 여기에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인 보좌진을 인격체로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적합하지 않다. 자신보다 직급이 낮다고 해서 국민이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국민의 고용인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주 큰 결격사유다. 자신의 고용주인 국민을 제대로 섬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인사권자와 지명자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었다. 각계각층의 반대 목소리에도 별다른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과정없이 임명만 강행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많은 국민이 더 큰 실망감을 느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커크먼 대통령은 자신의 심리상담 기록이 유출돼 이로 인한 직무 수행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내각 관료들로부터 탄핵안을 빌미로 한 청문회 요구를 받는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커크먼 대통령은 참모에게 “우리는 어려움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로 정의된다”고 말한다.

 

지금 정부에도 필요한 말이다. 국민은 결격사유가 있는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만을 비판한 것이 아니다. 지명 이후 나타난 여러 사람의 우려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설득하는 노력을 했는지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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