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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김치’보다 ‘金배추’가 더 무섭다”…중국산 찾는 식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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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4 06:09:03 수정 : 2025-07-24 09:31:43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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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수입액 역대 최고…외식업계 ‘중국산 의존’ 가속
이상기온에 원재룟값 상승하며 국산 김치 외면 커져

서울 마포구의 한 유명 분식 프랜차이즈 매장은 올해부터 김치 원산지 표기를 ‘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바꿨다. 점주 A씨는 “원래 우리 매장은 국산 김치를 사용했지만 재료비가 많이 올라 본사에서 중국산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작년부터 중국산 김치를 사용해왔다. 그는 “최근 배춧값이 너무 뛰었다”며 “젓갈부터 고춧가루 가격까지 다 올라 예전처럼 김치를 담그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올해 상반기 김치 수입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상반기 김치 수입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원재룟값 상승과 물가 부담이 가중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택하는 식당이 많아진 영향이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김치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치 수입액은 9379만달러(약 13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8324만달러)보다 11.2%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수입액은 사상 처음으로 2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수입량도 16만3148톤(t)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5011톤)보다 10.1%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수입량이 30만톤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치 무역수지는 11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적자 규모는 3558만달러(약 490억원)로 집계됐다. 이 기간 수출액은 1억4981만달러(약 2063억원), 수입액은 1억8539만달러(약 2553억원)였다.

 

2021년 논란이 됐던 중국산 김치 제조 과정. 웨이보 영상 캡처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김치의 99.9%는 중국산이다. 여기에 중국에서 들여오는 배추 등 김장 재료까지 포함하면 실제 중국산 김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배춧값 폭등에 대응해 중국산 배추에 한시적으로 할당관세(0%)를 적용하며 수입을 늘린 바 있다.

 

중국산 김치는 그간 ‘위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1년 중국의 한 김치 공장에서 직원이 알몸 상태로 소금물에 들어가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돼 중국산 김치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알몸 김치 파동’ 사건부터 2005년 기생충 알과 납 성분 검출, 2013년 병원성 대장균 검출 등의 여파에도 중국산 김치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국산 김치보다 가격이 월등히 싸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등록된 김치 10kg 업소용 제품 가격은 국내산 4만~5만원대, 중국산은 1만~2만원대로 최대 5배 차이난다. 김치 소비량이 많은 외식업체에서 국산보다 중국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매대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이른 무더위와 폭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농산물 생육에 차질을 빚으며 국산 배춧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통계에 따르면, 배추 가격은 한 달 만에 31.1% 폭등했다. 실제로 22일 기준 배추 상품 기준 한 포기의 전국 소매가격(5278원)은 일주일 전(4569원)보다 15.5%, 2주 전(3727원)과 비교하면 41.6% 치솟았다. 무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세도 예상된다.

 

정부는 여름철 배추 수급이 불안해질 경우 비축 배추를 하루 100~250톤씩 시장에 방출하기로 했다. 김치 제조업체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축한 물량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김치 상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급 안정 대책만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수급 불안과 이에 따른 수입 김치 의존 심화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국내 김치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 개발과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은 물론 프리미엄 김치 소비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수입 김치 급증에 따른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세미나에서 “김치 원부재료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해 채소가격안정제 확대와 산지 민간 저장 시설·김치 원료 공급단지 구축, 유통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도 “세계 시장에서 ‘K-김치’ 산업을 주도할 기업 육성과 품질 관리 등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며 “중국산 김치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정체된 국내 소비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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