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 콘셉트의 스니커즈를 신은 사람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푸마 ‘스피드캣’,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태권도’, 아디다스 ‘삼바’, 나이키 ‘에어포스’, 프로스펙스의 ‘마라톤110 파리’가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스포츠화의 기능성과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이 결합돼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일상에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 9.58초의 전설 만든 트랙 위의 신발…거리로 나왔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스포츠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스니커즈를 지속 출시하며 흥행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다. 트랙&필드 헤리티지가 담긴 ‘H-Street’, 레이서를 위한 방화 슈즈였던 ‘스피드캣’, 테라스 군중 문화에서 비롯된 ‘팔레르모’ 같은 스테디셀러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스트리트 패션 씬을 리딩하고 있다.
푸마의 역사는 7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마는 ‘다슬러 형제 신발 공장(게브뤼더 다슬러 슈화팍토어)’에서 출발했다. 솜씨 좋은 형제는 1920년대부터 스파이크가 달린 육상화를 개발하며 독일의 운동선수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고, 형인 루돌프 다슬러는 ‘푸마’를, 동생 아돌프는 ‘아디다스’를 설립했다.
이후 푸마는 축구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운동화를 개발했고, 1954년 독일의 육상선수 하인츠 퓌트러(Heinz Fütterer)가 푸마 러닝화를 신고 100m를 10.2초 만에 돌파,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빠름’을 상징하게 됐다.

제시 오언스나 짐 하인스 같은 트랙&필드 전설들뿐 아니라 마라도나와 펠레, 보리스 베커 등 팀스포츠, 모터스포츠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가 위대한 질주를 펼치던 순간에도 곁을 지켰으며, 2009년에는 우사인 볼트가 100M를 9.58초에 돌파하며 불가침의 기록을 만든 경기에서도 오렌지색 ‘푸마’가 함께했다.
◆ 시속 350km의 박동 담은 서킷 위 스피드캣, ‘완판 행진’ 스니커즈로
푸마의 아이코닉 스니커즈 ‘스피드캣’은 최대 시속 350km의 레이싱카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의 긴장감을 함께하는 정통 드라이빙 슈즈로 처음 탄생했다.
푸마는 1999년 F1에 진출한 이후 페라리 등 가장 성공적인 F1 팀들에 의류와 신발을 지원해왔다. 레이싱 선수들을 위한 방화 슈즈가 기틀이 된 만큼 스피드캣은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 극강의 그립력, 초경량 설계 등 트랙 주행에 특화된 기능이 특징이다.
F1의 전설 페라리팀의 ‘미하엘 슈마허’가 실제 트랙과 오프더트랙(트랙 밖)에서도 스피드캣을 즐겨 착용하면서 스피드캣은 모터스포츠의 상징적인 아이템이 됐다.

2000년대 초, 푸마는 그 상징적 디자인을 이어받은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로서의 스피드캣을 출시했다. 레이싱 DNA를 이어받아 날렵하고 낮으며, 가볍게 제작돼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스피드캣은 2024년 재출시되며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며 ‘로우-프로파일’ 트렌드를 선도했다.
한국에선 공식 홈페이지에 풀린 물량이 40분 만에 품절되고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런’ 열기 속에 1시간 만에 완판됐다. ‘발레코어’ 감성을 더한 ‘스피드캣 발렛’도 지난 3월 무신사 드롭으로 발매한 지 10분 만에 6억 원 이상 판매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 케냐 장거리 금빛 질주의 열정 담은 H-Street의 부활
스파이크 육상화를 만들며 시작된 브랜드인 만큼, 푸마는 아베베 비킬라, 빌 로저스, 사브리나 모켄하웁트, 우사인 볼트 등 세계적인 육상 선수들의 첫 시작, 그리고 그들이 세계 기록을 세운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해왔다.
이나영 푸마 코리아 대표가 “푸마는 지난 77년간 변함없는 진정성으로 러너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혁신을 이뤄왔다. 러닝에서 오랜 전통과 깊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고 밝힐 만큼 러닝에 진심인 브랜드로 꼽힌다.
푸마의 육상 헤리티지는 최근 출시된 스니커즈 ‘H-Street’으로 이어져 눈길을 끈다. 푸마는 2000년대 전환기, 케냐 선수들을 후원하기 시작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1500M 결승에서 케냐의 ‘노아 응게니’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결실을 맺었다. 그 때 응게니는 ‘함께 끌어당기다’라는 뜻의 러닝 스파이크화 ‘하람비’를 신고 있었다.
거리로 나온 하람비, ‘H-Street’은 하람비에 담긴 ‘함께’의 가치, 케냐의 열정과 함께 복각돼 2025년 6월 출시되며 런칭과 함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서울에서 개최된 H-Street 글로벌 런칭 이벤트에 나흘 동안 4,000명이 넘는 소비자가 방문했으며, 푸마 공식 및 온라인 스토어에서 진행된 사전 예약 판매에서는 블랙, 그린을 포함한 주요 컬러가 1시간 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H-Street은 육상화의 스파이크 플레이트를 고무 미니 스터드 솔로 재해석해 일상화로서의 실용성을 더했으며, 육상화 복각 모델다운 초경량성과 푸마 고유 테크놀로지 CELL Mesh(셀 메쉬)로 통기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발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육상화의 유연한 구조를 그대로 적용해 부드러운 착화감을 제공한다. 6월 26일 정식 발매된 H-Street OG는 ‘피지 그린(Fizzy Green)’, ‘블랙(Black)’, ‘프로스티드 아이보리(Frosted Ivory)’ 총 세 가지 컬러웨이로 구성됐다.
푸마는 스포츠 관중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1980년대 영국 축구 경기장에는 축구를 즐기는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트렌드가 확산하기 시작했고, 경기장까지 타고 가는 차, 듣는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당시 테라스 군중들(Terrace Lads)은 최고의 유럽 니트, 럭셔리 스키웨어를 입고 팔레르모를 포함한 고급 운동화를 신고 경기장을 찾았다. 그들의 취향, 세련미, 그리고 열망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패션을 활용한 셈이다. 약 40년이 지난 요즘, 테라스 군중의 패션은 ‘블록 코어’로 재탄생되며 다시금 팔레르모를 호명하는 재미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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