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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美·中 고래싸움과 유럽 새우들의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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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1 23:01:52 수정 : 2025-07-21 23: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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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 관세 부과’ 협박에 EU국 결속 강화
홀로 강대국 설득엔 한계… 장기전략 필요

유럽 외교가 평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시작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더욱 거세진 가운데 미국이 전통적인 동맹 세력인 유럽마저 적처럼 몰아붙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강대국 영국, 프랑스, 독일도 거대한 규모의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들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형국이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혜로운 새우라면 서로 힘을 합친다. 이번 7월은 ‘새우들의 합창’이 눈에 띄는 시국이었다. 지난 8일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에 나섰다. 가까운 이웃이지만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이 영국 왕국을 국빈 방문한 일은 17년 만이다. 유럽에 대한 트럼프의 공갈과 협박 속에서 유럽의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상징적 동맹 연출이었다.

이어 17일에는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영국을 방문하여 영·독 우호조약을 체결했다. 새삼스럽게 영국과 독일 사이에 우호조약이라니 약간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동맹과 결속을 다짐하는 우호조약이란 양자 외교의 전성기인 19세기에나 유행하던 제도가 아닌가. 트럼프 2기가 초래하는 심각한 혼란과 역사적 퇴행을 확인하는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80여년 동안 독일과 영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탄탄한 다자 집단안보체제의 일원으로 실질적 동맹이었고, 양자 조약을 통해 이를 딱히 재확인할 이유는 없었다. 프랑스와 독일은 1963년 엘리제 양자 우호조약을 체결했으나 그것은 유럽연합(EU)이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이전의 일이다.

말하자면 영국, 프랑스, 독일의 유럽 지정학 삼각형에서 2025년 영·독 조약은 1963년 불·독 조약의 다른 축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훨씬 이전인 19세기부터 기본적인 자유주의 동맹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제 트럼프의 영향으로 영·불·독 삼각 동맹이 완성되었다.

트럼프는 EU가 충분히 양보하여 협상을 타결하지 않는다면 8월1일부터 30% 관세를 유럽 수출품에 부과하겠다고 협박 중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4월부터 희토류의 유럽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EU에서조차 탈퇴한 영국은 미국과 중국의 압력에 취약하고 따라서 동맹 강화의 긴박한 필요를 절실히 느끼는 듯하다. 프랑스와 독일을 초청하여 새로이 결속을 다지는 이유다.

영국과 달리 미국·중국과 대등한 규모를 가진 EU는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것인가. 오는 23일 마크롱은 베를린을 방문하여 메르츠와 회담할 예정이다. EU의 리더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 전쟁’의 정상 작전회의를 하는 셈이다. 24일에는 베이징에서 EU와 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유럽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해 미·중 관계에 반영할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중소 규모의 국가가 홀로 미국이나 중국을 대적하기는 무리다. 아부와 양보를 통해 협상을 타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비슷한 구조와 배경을 가진 나라들이 협력하고 힘을 합치는 장기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외교에서 약자가 강자를 설득하는 방식은 한계가 명백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적 행태를 견제하고 완화할 수 있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EU,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는 매우 소중한 연대의 대상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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