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침수 778건·하천붕괴 403건
정전으로 4만1220가구 등 피해도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이번 폭우는 밤 시간대 특정 지역에 2∼3일 집중적으로 쏟아진 탓에 인명·시설 피해가 특히 컸다. 기후변화 등으로 이 같은 극한 날씨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달라진 자연재해에 맞춰 예방·대응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에 따른 피해지역은 전국 15개 시?도에 걸쳐 있지만 사망·실종자, 이재민 등 인명 피해 등은 경남 산청과 경기 가평, 충남 서산, 광주 북구, 충남 당진 등 일부 시·군·구에 집중됐다. 이번 폭우는 장마전선이 한반도 위아래로 서서히 움직이면서 4~6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비를 뿌리는 예년 호우와 달리 2, 3일 동안 경기 남부, 충남지역, 광주?전남, 경남, 경기 동부, 강원 등을 옮겨다니며 물폭탄을 떨어뜨렸다는 특징을 갖는다.

시설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공공시설의 경우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도로 침수(778건), 토사 유실(197건), 하천 시설 붕괴(403건) 등 2000건에 육박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정전도 잇따랐다. 산청과 가평 등에서 폭우에 따른 정전 99건이 발생해 4만1220가구가 피해를 봤다.
건축물과 농경지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는 2238건으로 집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기준 벼와 콩 등 농작물 2만4247㏊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축구장(0.714㏊) 약 3만4000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가축은 닭 92만5000마리, 오리 10만8000마리, 소 60마리, 돼지 829마리 등 103만4000마리의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인명·시설 피해는 컸지만 지방자치단체 대응은 상대적으로 굼떴다. 40대 남성이 급류에 실종된 세종지역에서 시 재난지휘본부에선 하루가 지나서야 사고 사실을 인지하는 등 재난대응에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 재대본은 17일 오전 1시10분을 기해 비상대응을 2단계로 격상하고 재난 상황관리를 위해 상황 판단 회의를 열었으나 결과적으로 1시간여 만에 시민이 급류에 실종되는 수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공식 실종신고 내용을 소방본부 측에 전파하며 공조 요청을 했으나 재대본은 사고 발생 23시간이 지나고 언론 보도로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폭우가 일단락된 뒤 각 지자체는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도로가 끊긴 곳이 많아 구조와 복구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전남 나주시 곳곳에서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집 안은 흙탕물이 마르면서 진흙과 물로 뒤엉켜 있었고, 허리춤까지 차오른 빗물 탓에 주민들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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