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를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주말 “세수 상황이 심각하다”며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를 전면 원상 복구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도 조만간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고 주식 세제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올리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발 고율 관세로 휘청이는 기업에 세금 부담까지 더하겠다니 걱정스럽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예고했다. 법인세율은 문재인정부 때 10∼25%로 인상됐다가 윤 정부 때인 2023년부터 9∼24%로 낮아졌다. 구 부총리는 감세 이후 법인세 세수가 지난해 40%나 줄었지만 성장이나 투자확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진단도 처방도 다 틀렸다. 지난 2년간 법인 세수가 41조원 급감한 건 경기침체로 기업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2023년 상장사 영업이익은 47조원으로 1년 전(84조원)보다 44%나 쪼그라들었다. 불황으로 기업이 세금을 못 낼 지경에 몰렸다면 외려 세율을 낮춰 기업을 도와야 하지 않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이 3%포인트 낮아지면 성장은 3.4% 높아진다.
법인세를 올린다고 세수가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문 정부가 2017년 최고세율을 3%포인트 올렸지만 2019년 세수는 목표 대비 7조원 덜 걷혔다. 구 부총리는 우리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낮다고 엉뚱한 소리까지 해댄다. 한국 최고세율 24%는 OECD 평균(21.5%)을 웃돌고 경쟁국인 일본(23.2%), 독일(15.8%), 대만(20%)보다 높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자국 제조업 육성과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규제 완화와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집중투표제를 담은 ‘더 센’ 상법개정안과 불법 파업조장 우려가 큰 노란봉투법까지 강행할 태세다. 이런 반시장·반기업 규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일자리 창출 능력도 약화시킬 게 뻔하다. 이제라도 당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하고 전략산업 지원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 세수 부족을 메우고 싶다면 재정지출 구조조정이나 비과세·감면 정비부터 하는 게 맞다. 국민지원금, 소상공인 채무 탕감과 같은 재정 퍼주기를 남발하면서 빈 곳간은 기업이 채우라고 하는 건 야당의 지적처럼 ‘성장의 싹을 자르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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