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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관아 복원과 지속 가능한 교육 위해…” 정읍시·전북교육청 맞손

입력 : 2025-06-18 20:00:01 수정 : 2025-06-18 2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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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고을의 중심이자,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불꽃이 처음 타오른 전북 정읍 고부관아가 복원을 통해 역사성을 회복하게 됐다. 관아 터에 자리한 초등학교는 인근 중학교로 이전해 통합학교로 새롭게 출발시켜 두 토끼를 잡을 예정이다.

 

18일 정읍시에 따르면 고부관아는 조선 영조 41년(1765년) 현 고부면 고부초등교 뒤편 성황산 고사부리성(사적 제494호)에서 고부초등교 자리로 이전한 뒤 170여년간 고부 지역의 정치와 행정을 이끈 핵심 공간이었다.

 

전북 정읍시와 전북교육청이 고부초·중 통합운영 학교 설립과 고부관아 복원 추진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뒤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제공

당시 고부관아는 객사(客舍: 지방관 의례 공간이자 관리·사신들의 숙식처)를 비롯해 향청(鄕廳: 지방 수령을 자문·보좌하던 관청), 동헌(東軒: 수령의 정청) 등 건물 15개동으로 구성돼 있었다.

 

특히 1894년에는 전봉준을 중심으로 고부 백성들이 이곳 관아를 점령해 탐관오리를 몰아내며 동학농민혁명의 서막을 연 역사적 현장이 됐다. 이는 한국 근대사의 방향을 바꾼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고부관아는 철저히 파괴됐다. 일제는 을사늑약(1905년) 이듬해인 1906년 고부관아 자리에 사립광화학교(현 고부초)를 설립한 데 이어 중일전쟁(1937년)을 일으킨 직후인 1938년에는 객사, 동헌, 향청 등 주요 관아 건물을 모두 철거했다. 단순한 개발이 아닌, 동학농민운동의 정신을 지우고 민족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식민지 통치의 일환이었다. 당시 우수한 목재와 돌 등은 신축 주택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지금은 고부초등교 운동장 주변의 일부 초석과 함께 안내판만이 당시의 흔적을 전할 뿐이다.

 

이처럼 역사적 가치가 뚜렷한 고부관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관아 터 위에 있는 고부초등교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에 정읍시와 전북도교육청은 지역 역사성과 교육 여건 개선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협력의 발걸음을 내딛뎠다.

 

고부관아가 자리했던 정읍시 고부면 고부초등학교 일대 모습. 정읍시 제공

정읍시와 전북도교육청은 18일 고부면 동학울림센터에서 ‘고부초·중 통합운영학교 설립 및 고부관아 복원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고부초를 인근 고부중학교 부지로 이전해 초·중 통합학교로 새롭게 출발하고, 기존 학교 용지는 고부관아 복원지로 활용하는 내용이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부지 교환을 넘어, 역사 자원 복원과 농촌 교육 환경 개선의 두 가지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상생 사례로 주목받는다. 고부관아 복원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는 문화유산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통합운영 학교는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로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읍시와 전북도교육청은 향후 공동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예산 확보에 힘을 모아, 고부관아 복원과 통합학교 설립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역사의 복원이 단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여는 일임을 보여주는 실천이 시작된 셈이다. 통합학교 운영은 2030년 3월이 목표이며, 고부관아 복원은 이후 추진될 전망이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이번 협약은 정읍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중대한 계기”라며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상생의 길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통합학교 설립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인 고부관아 복원을 함께 추진하는 일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지역과 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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