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쾅’소리에 화들짝”…집 떠난 사고현장 주민 ‘불안’
주민 150여명 대피…천공기 해체 마쳤지만 사고원인 불분명
김동연 “일상 복귀 최선”…이상일 “공동 책임 의식 갖고 노력”
한밤중에 굉음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덮친 천공기(지반 뚫는 기계)로 인해 130여명의 주민이 일주일째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길이 40m 넘는 천공기는 해체됐고, 2차 안전진단까지 진행됐으나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 경기 용인시와 DL건설 등에 따르면 사고 이후 대피했던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아파트 주민 60가구, 150여명 가운데 안전점검을 마치고 전날까지 가정으로 돌아간 건 5가구 남짓이다.

앞서 5일 오후 10시13분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천공기가 쓰러지면서 인근에 있는 15층 높이 아파트를 그대로 덮쳤다. 천공기는 아파트 외벽에 기댄 모습으로 쓰러졌고, 가장 높은 층인 15층은 외벽 일부와 베란다 창문 등이 파손됐다.
사고가 난 현장은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제10공구 노반 신설 기타공사 현장이었다. 시공사는 DL건설이며 발주처는 국가철도공단으로, 공사 기간은 2028년 11월까지이다.
이 사고로 건물 주민들이 대피했고, 큰 소리에 놀란 2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대피한 주민 대다수는 임시 거주지인 인근 호텔로 이동했고 일부는 친척, 지인 집에 머무르고 있다.

주민들은 사고 충격이 건물 안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을 우려해 선뜻 귀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피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불편 역시 가중되고 있다. 대다수가 주거지와 200∼300m 떨어진 숙박시설 2곳에 분산돼 생활하는데, 익숙지 않은 장소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낯선 등하굣길로 자녀 통학을 시키는 학부모들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천공기에 외벽이 뚫린 15층 주민 A씨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침대 위로 쏟아졌는데, 휴가 중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다”며 “트라우마 때문에 아파트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공사 측은 “임시로 통학버스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학버스와 아파트 인근 임시숙소 지원은 이상일 용인시장이 철도공단과 시공사 측에 요청한 것들이다.

현재 해당 아파트에선 용인시와 철도공단, DL건설이 각각 추천한 3개 업체가 참여해 2차 안전진단이 진행되고 있다. 각 세대의 피해 여부와 건물 안전 상태, 거주 가능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는데, 진단 결과는 이번 주에 나올 예정이다.
앞서 DL건설이 지정한 업체가 진행한 1차 안전진단에서는 건물 구조물에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시공사 측은 용인시, 주민들과 협의해 주민 선정 업체를 포함한 3차 안전진단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고가 난 천공기는 길이 44m, 무게 70.8t으로, 지난달 31일 작업 후 대기 중이었다. 사고 원인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사고 이후 이곳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신속한 안전점검을 거쳐 주민 여러분께서 안전하게 일상에 복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장 역시 “당면한 문제들이 해결돼 속히 정상 생활을 하도록 돕겠다”며 “발주처인 철도공단이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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