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李대통령 약속 거론 불구
경영계 “최임위 결정 부적절” 반박
양측 이견 팽팽… 내년 재논의키로
공익위원 “노동자 실태조사 필요”
노무제공자 최임 별도 논의 권유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물 건너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도급제 근로자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겠다고 해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둘러싼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최임위는 결국 이 문제를 내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최임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도 최저임금 결정단위 관련 공익위원 권고문’을 냈다. 권고문에서 공익위원들은 도급제 근로자에 관한 실태조사를 고용노동부가 착수해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도급제·특수고용직(특고)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관련 실태조사 부족과 노사 간 의견 차이로 인해 내년에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해당 논의는 지난해 처음 제기됐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법 5조 3항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와 관련한 실태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하면 향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재했는데 이번에도 실태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최임위 외 창구를 언급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무 제공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와 방식 논의는 실질적 권한을 갖는 정부와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별도 기구에서 논의하기를 권유한다”고도 했다.

이날 공익위원 권고안은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간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좁혀지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특히 노동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약속한 만큼 이번이 확대 적용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근로자 위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까지 노동자로서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인상으로 생활 안정을 이룰 수 있게 새 정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회의 뒤 한국노총 측은 “권고안대로 정부가 하루빨리 도급제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경영계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확대 적용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특정 직종 종사자들이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최임위 권한도 아니고 역할도 아니다”라며 “특고 근로자에게 적용할 별도 방식의 최저임금을 최임위가 정하는 건 전 세계에서도 매우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특고 등 노무 제공자에 대한 최저 생활 수준 보장은 최저임금법의 범위를 벗어난 문제”라고 했다.

앞서 양대 노총 등으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더불어민주당 측에 최저임금 관련 질의서를 보냈고, 이 대통령은 답변서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해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명 ‘근로자 추정제도’와 ‘최소보수제’다. 도급제·특고 근로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당장 내년에 관련 제도 도입은 어렵게 됐다. 17일로 예정된 5차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은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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