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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향·식감·간의 조화”… 재료 본연의 힘 전한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입력 : 2025-06-14 11:00:00 수정 : 2025-06-14 10: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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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감동 주는 셰프 매력에 빠져
日 음식점서 몸으로 부딪치며 요리 배워
“직관으로… 몸에 밸때까지 반복” 되뇌어
계절별로 가이세키 형식 메뉴 시그니처
장어 풍미·식감 살린 덮밥 ‘우나주’ 일품
츠키요와의 신동혁 셰프를 만났다. 신 셰프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스무 살 전까지만 해도 요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고 단순히 ‘손으로 뭔가 만들어내는 일’을 좋아하던 청년이었다. 어느 날 처음으로 칼을 잡고 재료를 손질하다 깊은 몰입감을 경험했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선보였을 때 상대방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리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신동혁 셰프

신 셰프는 학교나 교육 기관에서 요리를 공부하지 않았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현장에서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스물한 살 때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일본 도쿄에 있는 고급 가이세키 음식점 나다만(Nadaman)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일본 전통요리를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현지의 장인정신과 식문화에 매료됐다. 특히 신 셰프의 사부인 마사미 혼다 셰프 밑에서 요리를 배운 것이 신 셰프 요리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다. 마사미 셰프는 황실 연회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국빈들을 모신 이력이 있는 유명 셰프였기 때문에 마사미 셰프와 함께 요리한 시간들이 매우 큰 배움이 됐다. 매일같이 “직관으로 요리하라, 그러나 기본은 몸에 밸 때까지 반복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연습하고 수련했다. 현재 신 셰프는 일식 요리 음식점 ‘츠키요와(月夜和)’의 헤드셰프다. 음식점 이름은 ‘조화로운 달밤’이란 뜻으로, 손님들에게 한 끼의 식사가 하나의 깊은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 코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며, 계절마다 다르고 조화롭게 구성되는 가이세키 형식의 메뉴가 특징이다. 한식 요소를 유연하게 해석해 일본 전통 안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녹여내려고 노력 중이다.

가이세키 코스

츠키요와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가이세키 코스이지만 어찌 보면 츠키요와에는 고정된 시그니처 메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계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 셰프는 매 순간 가장 좋은 재료로 가장 제철의 풍미를 담은 요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요리더라도 봄과 가을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다르면 맛의 구조가 달라지는데 메뉴 자체가 이런 계절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게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봄에는 어린 산나물과 조개류를 중심으로 한 맑은 국물 요리 스이모노가 주를 이루고, 여름에는 향이 선명한 야채와 생선회가 메인이다. 가을엔 뿌리채소와 버섯류를 중심으로 깊고 따뜻한 요리를, 겨울에는 뱃살이 오른 생선이나 진한 국물 요리로 계절의 무게를 표현한다. 이처럼 츠키요와의 시그니처는 하나의 요리가 아니라 계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손님들이 “이번엔 뭘 낼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나주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런치에 제공하는 장어덮밥 ‘우나주’다. 점심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고 맛이 뛰어나 인기가 높은 메뉴다. 단순히 ‘장어에 소스를 바른 덮밥’이 아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장어의 손질과 굽기. 기름기를 정교하게 조절하면서 장어 본연의 풍미와 식감을 살릴 수 있도록 숯불로 은은하게 구워낸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게 장어의 식감에 집중한다. 소스는 전통 간장 베이스이지만, 츠키요와만의 배합으로 감칠맛을 강조했다. 단맛을 줄이고, 다시의 깊은 맛이 밑바탕이 되는 스타일이라 좀 더 절제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밥 역시 그냥 흰쌀밥이 아니라, 장어의 기름과 조화를 이루는 약간 된밥을 사용한다. 향과 온도, 질감까지 모두 조율하는 것이 츠키요와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장어덮밥은 자칫하면 달고 무거운 음식이 될 수 있는데, 츠키요와의 장어덮밥은 오히려 그 반대다. 가볍고 정제된 맛, 그리고 식후에도 부담 없는 여운을 추구한다. 특히, 밸런스 있게 조절된 간과 식감 덕분에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신 셰프의 요리는 항상 ‘직관’과 ‘정확함’을 기반으로 하는데 직관은 수없이 반복되는 훈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신 셰프는 또 재료 손질이 맛을 좌우한다고 믿고 가장 이상적인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원재료에 가장 먼저 집중한다. 그리고 ‘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정확한 간을 잡기 위해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음식은 향과, 식감, 간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은 먹기 전에 이미 전달되는 감정이고, 식감은 혀에 닿는 첫 감동이라고 생각하며 요리한다. 이런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예술을 하는 것처럼 음식을 만들 수도 있는데, 신 셰프는 음식은 예술처럼 보여야 하지만 절대 예술처럼 복잡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먹는 사람의 감각이 편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항상 ‘먹는 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요리하고 있다. 신 셰프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계절을 느끼게 하고, 재료가 가진 본연의 힘을 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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