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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하철 5호선 방화, 빛나는 시민의식이 큰 사고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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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1 23:03:00 수정 : 2025-06-01 23: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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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지나던 열차에서 방화가 발생해 승객 400여명이 지하 선로를 걸어 긴급 대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과 승객들에 따르면 60대 남성인 방화범 A씨는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열차 가운데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형 토치로 불을 붙였다. 갑자기 불이 나자 승객들은 수동으로 문을 열어 열차를 멈춰 세웠고, 달려온 기관사와 승객들이 열차 내 소화기를 이용해 자체 진화했다고 한다. 그 결과 열차 한 칸이 일부 타고 두 칸에 그을음 피해가 나는 데 그쳤다. 빛나는 시민의식과 기관사의 발 빠른 대처로 대형 참사를 막은 것이다.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불이 나자 놀란 승객들은 걸어서 터널을 따라 마포역으로, 일부는 한강 아래를 지나는 하저터널을 따라 여의나루역으로 대피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노인과 어린이들이 먼저 탈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이번 화재로 20여명이 연기 흡입, 찰과상 등을 입었고, 120여명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다행히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 기관사와 승객들이 안전수칙에 맞춰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했고,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전동차 내부 소재를 불연재로 교체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한다.

그럼에도 개선해야 할 점이 드러났다. 5호선 열차에는 객실 내 보안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지만, 해당 영상은 운행 중 관제센터에 실시간 전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화재나 범죄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역무실, 관제센터에서는 객실 내부 상황을 즉각 확인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현행 시스템상 열차 내 보안카메라 화면은 기관사만이 운전실 내에서 확인할 수 있으나, 차량 운행에 집중하면서 보안카메라까지 적극·지속적으로 살피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이번 방화 사고뿐 아니라 묻지마 범죄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보다 실효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A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반사회적 범죄다. 자신의 이혼소송과 지하철 방화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대형 참사를 낳을 뻔한 중한 범죄인만큼 엄한 처벌과 격리 조치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번 사고로 지하철 재산 피해가 3억3000만원가량 났다. 방화범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 등 법적 대응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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