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특별수사단이 어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출국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제는 두 사람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 3인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세 사람은 그간 “계엄에 반대했다”고 주장해왔으나, 경찰 조사 결과 사실과 다른 진술일 가능성이 포착됐다고 한다.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12·3 비상계엄 선포문과 관련해 한 전 총리는 국회 청문회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계엄 해제 후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최 전 부총리는 국회 국정조사 당시 ‘비상 입법 기구 구상이 담긴 종이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누군가 접힌 쪽지 형태로 자료를 줬는데 경황이 없어 안 봤다”고 증언했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문을 수령한 정황이 불거진 이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종이 쪽지를 멀리서 봤다”고만 말했다. 세 사람 모두 계엄 선포를 미리 알지 못했고 가담한 바도 없다는 해명인 셈이다.
그런데 경찰이 계엄 선포 당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복도와 국무회의가 열린 대접견실의 동향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해 분석해 보니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등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반대하기는커녕 묵인 또는 동조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내란 혐의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국회 청문회·국정조사, 헌재 변론에서 허위로 진술한 데 따른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한때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운영을 맡았던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가 공공연히 거짓말을 했다면 이는 국민을 배신한 행위가 아닌가.
경찰의 출금 및 소환조사는 6·3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CCTV 분석이 완료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선거일이 다가오며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이겨 집권하는 경우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경찰은 진행 중인 계엄 관련 사건 수사에 최선을 다하되, 그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망신 주기’식 행태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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