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동안 전세 살면서 돈 모았는데, 신축은 커녕 재건축도 감히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서울 양천구 목동 인근에 거주 중인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요즘 다시 아파트 실거주 매수를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그는 “이제는 전세로 계속 버티기도 힘들고, 대출 이자도 부담”이라며 “그래도 강서·양천이나 목동처럼 학교 괜찮은 동네는 다들 몰려들다 보니 가격이 더 오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부 해제됐을 때 시장 분위기를 유심히 살폈지만 “잠깐 기회인 줄 알았던 가격은 다시 더 올라가고 있었다”며 “솔직히 지금은 재건축 단지까지도 무주택자 입장에선 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26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시가 토허구역을 확대 재지정한 이후인 3월 24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 평균 매매가격은 43억817만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규제가 풀렸던 2월~3월보다 무려 61.9% 오른 수치다. 단기간에 17억 가까이 뛰었다는 얘기다.
양천구도 14억2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7.8% 상승했다. 강북구(7.3%), 관악구(3.1%), 도봉구(2.3%) 등도 완만한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서울 전체 평균 매매가는 11억659만원으로 26.1% 하락하며 분위기는 완전히 엇갈렸다.
시장에선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트렌드가 만든 신축 아파트 가격 급등이 재건축 단지로 수요를 옮기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해제 기간 동안 서초·송파의 신축 가격이 급등하자, 규제 지역임에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상대적 저평가가 부각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선 후보들의 재건축 부담금 완화 공약, 사업 가시화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고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형성됐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토허구역 해제에서 제외됐던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고가 재건축 단지가 희소성과 장기전망에서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도 “신축은 계속 오르는데, 남은 알짜 땅은 재건축뿐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북·도봉·관악구의 경우 상승폭이 크지 않고, 오랜 기간 정체됐던 지역의 ‘키 맞추기’ 차원에서의 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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