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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묵은 카슈미르 갈등 재점화… 접경지 주민들 ‘패닉’

입력 : 2025-05-07 19:00:00 수정 : 2025-05-07 23: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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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파키스탄 군사충돌 안팎

“하늘에서 거대한 섬광과 폭발”
예고 없는 미사일 공격에 당황
양국 피해지역 등 휴교령 내려
로이터 “휴전 후 가장 큰 충돌”

1947년 분리독립 후 오랜 분쟁
영유권 놓고 수차례 전쟁 치러
전면전 이어질 가능성 낮지만
소규모 포격 등 충돌 지속될 듯

인도와 파키스탄이 7일(현지시간)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등 격하게 충돌했다. 진원지는 카슈미르 지역이었다. 80년 가까운 갈등의 원인이 된 이 지역이 또 한 번 군사 충돌의 시작이 된 것이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두 나라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낳을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처참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주(州)의 주도 무자파라바드 인근의 한 건물에서 파키스탄 군인들이 인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건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무자파라바드=AP연합뉴스
인도 총리 사진 짓밟는 파키스탄 국민들 인도와 파키스탄이 무력충돌을 벌인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신드주(州)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반인도 집회에서 시위대가 붉은색 송곳니를 합성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악마화한 사진을 짓밟고 있다.
하이데라바드=AFP연합뉴스

◆“하늘에 거대한 섬광”… 격한 무력충돌

 

인도군에 따르면 ‘신두르 작전’으로 명명된 인도의 파키스탄 공격은 이날 새벽 1시부터 약 30분간 이어졌다.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해 최소 26명의 사망자를 낸 총기 테러 사건과 관련된 테러 단체의 무기고, 훈련소 등 ‘테러 기반 시설’ 9곳을 타깃으로 삼아 미사일 24발을 발사했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교부 차관은 “파키스탄 내 테러 조직의 움직임과 정황을 감시한 결과 인도에 대한 추가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했다”며 공격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테러의 배후가 파키스탄 테러단체 ‘라슈카르 에 타이바’(LeT)이고 파키스탄과 연결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인도 NDTV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공습으로 파키스탄 내 무장세력이 최소70명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파키스탄은 인구가 가장 많은 펀자브주 등 6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모스크(이슬람사원), 수력 발전소 등도 타깃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인도의 공격으로 아동, 여성을 포함해 민간인 31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다쳤다고 비난했다. 즉각 대응에 나선 파키스탄군은 인도 전투기 5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인도 경찰은 파키스탄이 두 나라의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 너머로 무차별 포격을 해 민간인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인도가 파키스탄 펀자브주를 공격한 것은 50여년 만이며 2003년 양국 간 휴전 협정 이후 가장 격렬한 충돌”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AP통신 등에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 바하왈푸르에 거주하는 파리알 와히드(45)는 이날 0시 30분쯤 4차례 큰 폭발음을 들었다. “하늘에서 거대한 섬광을 봤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인도 잠무와 삼바, 카투아, 라주리, 푸은치 지역에 있는 학교와 대학은 휴교에 들어갔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펀자브주에 있는 학교에도 휴교령이 내려졌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핵보유국 간 전면전 가능성은

 

인도, 파키스탄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특히 크다. 두 나라는 이스라엘 등과 함께 국제사회 승인 없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이렇게 불린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172개, 파키스탄은 17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무력 충돌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와 유엔이 일제히 나서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근저에는 이런 현실에 대한 깊은 우려가 깔려 있다. 1999년 5월 파키스탄 무장세력이 인도령 카길 지역을 침공했을 때는 양국 모두 핵실험에 성공한 직후여서 국제사회가 ‘핵전쟁’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유감스럽다. 빠른 종식을 바란다”고 했고, 중국도 외교부 입장문을 통해 “양측이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하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일단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강하다. 두 나라 모두 핵보유국이라는 점이 오히려 서로에게 부담이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확전을 막는 ‘심리적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칫 서로 무력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다가 어느 한쪽이 이성을 잃은 판단을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어려운 경제 상황도 전면전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3번째 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을 빨리 마무리하고,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충격 회복에 더 신경 써야 할 입장이다.

 

7일(현지 시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무자파라바드 인근에서 취재진과 보안군 관계자들이 인도의 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피해 현장에 모여 있다.

◆80년 가까운 카슈미르 분쟁

 

인도,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후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을 놓고 여러 차례 전쟁까지 치렀을 정도로 오랜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1947년과 1965년에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양국 간 전쟁이 발발했고, 1971년에는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 독립 문제로 3차 전쟁이 터지면서 카슈미르는 인도령과 파키스탄령으로 쪼개졌다. 카슈미르는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지역이지만, 영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식민 지배 당시 카슈미르를 인도 행정구역으로 편입하면서 분쟁의 씨앗이 됐다.

 

이 때문에 인도령 카슈미르는 인도에서 이례적으로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지역으로 남았고, 독립이나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을 요구하는 이슬람 반군의 테러도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으로 끊임없이 테러리스트를 보내고 있다며 배후설을 주장해왔다. 이 와중에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이슬람 극단주의자 세력의 총기 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해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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