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이자 여당 대표… 푸틴 최측근
北 대표단 최고 예우한 것… 관계 강화 의지
북·러 집권당, ‘협력 확대 의정서’도 조인
“우크라戰 끝나도 밀월 유지할 것” 해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의 2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러시아당(현 러시아 집권여당) 대표가 리히용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이끄는 방러단과 회담을 가졌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2008∼2012년 한 차례 대통령을 역임한 바 있다. 러시아가 조선노동당 대표단에게 최고의 예우를 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상관없이 북·러의 밀월 관계는 계속될 것이란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VK에 리 비서를 비롯한 조선노동당 대표단과 회담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2024년에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은 오랜 우정과 선린 관계로 이어져 있다”며 “우리는 양국 간 무역 및 경제 협력 발전에도 강한 추진력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합러시아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리 비서는 이에 “오늘날 조러 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양국 집권당이 정치적 결속력과 전략·전술적 협력, 상호 지지 및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리 비서는 중앙위원회 비서 외에도 당 정치국 위원, 당중앙검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북한 내 고위급 인사로 지난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방문을 수행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대표와 리 비서가 회담을 가진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등으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더라도 양국 관계는 계속해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드베데프 대표는 이미 대통령을 한 번 했고, 여전히 푸틴 대통령 이후에 언제라도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사실상의 ‘넘버2’”라며 “메드베데프 대표가 리히용을 만난 건 러시아가 그만큼 북한을 중요한 동맹국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리 비서와 블라디미르 야쿠셰프 통합러시아당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모스크바에서 ‘다방면적인 협조의 확대 및 심화 발전에 관한 2025~2027년 의정서’를 조인하고 양당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통합러시아당은 조선노동당 대표단에게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맞아 올해 4월 말 개최하는 ‘나치즘에 대한 승리의 중요성’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해달라고 초청했고, 4월에 자신들의 청년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전망이 부각되면서 러·북 간 협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러시아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가 최종 목표가 아니고, 다극화 세계 질서와 확고한 세력권을 구축하고자 하는데 여기에 북한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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