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통채널 중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편의점 업계가 최근 주춤하며 부진 대열에 합류했다.

소비 침체 장기화와 경쟁적인 출점으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편의점 업계는 출점을 자제하고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둔 내실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GS25의 지난해 매출은 8조6661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183억원에서 1946억원으로 10.9% 감소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연결 기준 매출이 8조6988억원으로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0.6% 감소한 2516억원에 그쳤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점포 및 비용 효율화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4조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고, 영업손실은 224억원에서 528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마트24도 지난해 매출이 2조1631억원으로 2.8% 줄었으며, 영업손실은 230억원에서 298억원으로 늘었다.
편의점 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과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 물가 상승,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과열된 출점 경쟁이 수익성 저하에 기여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4개 편의점 브랜드의 점포 수는 CU 1만8458개, GS25 1만8112개, 세븐일레븐 1만2152개, 이마트24 6130개로 총 5만4852개에 달한다. 이는 2019년(4만2296개) 대비 29.7%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5%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점포 수가 늘어난 것과 달리 점포당 수익성은 악화되었다.
국내 편의점 수는 인구가 약 1.4배 많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 편의점 수는 5만5736개로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1000개 미만이다. 출점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GS25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은 2019년 3.7%에서 2020년 3.3%, 2021년 3.0%, 2022년 2.8%, 2023년 2.6%, 지난해 2.2%로 지속해서 하락했다. CU도 최근 5년 동안 2.5% 안팎의 영업이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올해도 내수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점 자제를 통한 점포당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GS25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CU는 ‘라면라이브러리’와 같은 특화 매장을 확대하며 차별화에 나선다.
세븐일레븐은 가성비를 내세운 자체 브랜드(PB) ‘세븐셀렉트’ 상품을 강화하고, 글로벌 소싱을 통한 상품 차별화에 집중한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상품을 앞세워 점포 경쟁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출점 경쟁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점포 수를 줄이는 효율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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