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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론까지 최소 8~9개월… 檢, 티메프·野 돈봉투 수사 차질 [비상계엄 후폭풍]

입력 : 2024-12-05 18:30:08 수정 : 2024-12-06 0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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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장·감사원장 탄핵소추

초유 지휘부 공백 중앙지검 당혹
檢동우회 “반헌법적 만행” 반발
이창수 지검장, 가처분 신청 예고
박승환 1차장, 지검장 대리 맡아

최재해 원장 “심각한 독립성 위해”
文정부 임명 조은석 위원이 대행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사 탄핵의 위헌성이나 불법성이 비상계엄 사태에 묻혀 버려 굉장히 안타깝죠. 그쪽에 사회적 관심과 비판이 집중되다 보니, 지검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가 잘못됐다는 게 그냥 의결됐다고만 끝나 버리는 것 같습니다. 또 검사들 사기가 떨어지잖아요. 회사로 치면 회장도, 사장도, 부장도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일할 맛이 나야 야근하고 사건을 처리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텐데, 검찰이 정치에 휘말리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일 처리를 할 수 있겠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전직 검사, 검찰총장이란 이유만으로 검찰까지 매도하니 마음도 아픕니다.”(서울중앙지검의 A 부장검사)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맞닥뜨린 사상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5일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다들 당혹스러워 하며 침울해 한다는 전언이다. 지휘부 ‘직무대리 체제’에선 수사, 공소 유지 등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해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

 

가결… 가결… 가결… 가결…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진행된 이날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안은 모두 가결됐다. 남제현 선임기자

이날 국회의 탄핵 소추를 전후로 중앙지검에선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창수 지검장 직무 정지에 대비해 주요 보고나 결재 등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의 직무는 즉시 정지됐다.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이 지검장은 이날 탄핵 소추 직후 차장·부장 검사들과 티타임을 갖고 “마음이 무겁다”, “헌재에서 탄핵의 부당함을 잘 설명하고 대응해 신속히 돌아오겠다”​며 차질 없는 업무 수행을 당부한 뒤 검찰청사를 떠났다. 이 지검장은 “부장은 차장의 마음으로, 차장은 검사장의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일해 달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또 헌재에 직무 정지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장도 “탄핵 소추가 정말로 잘못된 것이고,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는 부당한 행위라는 선례를 만들고 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하면 이 지검장 등은 직무에 복귀하고, 인용하면 파면된다.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린 안동완 검사와 이정섭 검사의 전례를 보면, 헌재 결론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8∼9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지검장 직무는 박승환 1차장검사가 대리한다. 조 차장의 업무는 공봉숙 2차장검사와 이성식 3차장검사가 분담한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엔 ‘중앙지검 차장검사의 사고가 있을 때 나머지 차장검사 중 검사장이 지정하는 자가 그 직무를 대리한다’고 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이 차장이 반부패수사1·2·3부와 공정거래조사부를, 공 차장이 강력범죄수사부, 범죄수익환수부, 공판5부 업무를 지휘한다. 최 부장의 업무는 이승학 반부패수사3부 부장검사가 맡기로 했다.

 

중앙지검은 국회의 탄핵 소추 직후 “사건 처리에 대한 불복을 바라는 것일 뿐, 헌법상 탄핵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가 법과 원칙에 의해 수사하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 건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탄핵소추권 남용으로 중앙지검의 지휘 체계가 무너짐으로 인해 주요 현안 사건뿐 아니라, 유사수신, 불법 사금융, 보이스피싱, 디지털 성범죄, 마약 사건 등 국민의 생명·건강·재산 관련 민생 범죄에 대한 수사 마비도 매우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2·3차장의 업무 파악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 ‘돈봉투’ 사건, 티몬·위메프의 1조5950억원 미정산 사태 등 기존 수사도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재판,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 교사’ 사건 2심 재판 등 공소 유지에도 지장이 예상된다. 검찰 내부에선 4차장 산하는 검찰이 범죄를 인지해 수사하는 ‘인지 수사’ 부서들인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사건에 대한 수사 개시의 동력도 상실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안보범죄수사 비밀유지 조항 보는 野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민형배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국가수사본부와 국군방첩사령부 간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서’를 보고 있다. 해당 업무협약에는 두 기관 간 비밀유지 의무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1·2·3차장의 업무 부담이 가중돼 과부하가 걸리면 중앙지검 전반의 사건 처리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A 부장검사는 “검사들 입장에선 연말에 장기 미제 사건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잘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검사들 모임인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는 이날 민주당의 검사 탄핵 소추를 강력히 규탄했다. 검찰동우회는 “검찰 수사가 야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검사를 탄핵하는 건 법치주의 근간인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파괴하는 반헌법적 만행”이라며 헌재에 속히 각하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검찰엔 검사 탄핵 소추를 결정한 “역사의 죄인”인 국회의원 전원을 직권남용,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날 자신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가 최고 감사 기구인 감사원의 독립성에 심대한 위해를 초래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

최 원장은 “감사원장 직무가 일시 정지되더라도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 본연의 임무 수행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며 “감사위원들의 지혜와 직원들의 열정이 집단 지성을 이뤄 감사원의 헌법적 임무 수행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어 “헌재의 탄핵 심판에 성실히 임해 감사원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탄핵 소추안 가결로 최 원장 직무가 정지되면서 감사원은 당분간 최선임 감사위원인 조은석 감사위원 주도의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조 위원의 임기는 내년 1월17일까지다. 그의 퇴임 뒤엔 역시 문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김인회 감사위원이 원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김 위원의 임기 만료일은 내년 12월5일이다.


박진영·배민영·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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