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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 풀 대안으로 PA 직역 도입 검토해볼 만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4-03-18 10:00:00 수정 : 2024-03-17 22: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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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의 2000명 증원과 관련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써는 이 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의 문제를 떠나 과연 수습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로 보이는 상황이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혼란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현재 검토 중인 방안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은 범위에서 간략한 의견을 개진해 보고자 한다.

 

법원에는 여러 직역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법관과 더불어 그 역할을 보조하는 측면에서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 그밖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재판연구원이 있다. 재판연구원의 일은 결국 법관을 보조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인력을 두지 않고 업무 수요에 맞추어 법관을 증원해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증원에 따르는 여러 사항을 고려해 법관을 늘리면서 위와 같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재판연구원 제도를 두게 됐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연구원에게 법관이 대외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일부라도 있는 것은 아니다. 재판연구원의 존재가 법관의 필요 인원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는지는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재판연구원의 수가 많을수록 법관의 필요 인원이 감소한다는 정도의 관계는 성립할 것이다.

 

의대 정원의 문제에 빗대 법관과 재판연구원에 대해 살펴본 이유는 먼저 적어도 법조계에서는 그에 대해서 잘 알려져 있기도 하거니와 필자가 재판연구원을 수행한 적도 있어서다. 이에 기반해 의대 정원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아래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의사 지원인력의 구조도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의사의 역할을 두고 법관에 대한 재판연구원의 관계처럼 보조하는 형태의 직역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에는 PA(Physician assistant)라고 불리는 직역이 있다. 미국에서는 1967년 도입되어 현재 16만8000명 정도가 있고, 활동 의사 수는 11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PA가 되려면 먼저 수강해야 할 과목은 있지만, 전공과 무관하게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일정 정도의 의료 관련 경험을 갖춰야 한다. 이후 2~3년의 석사 학위를 수여하는 PA 프로그램에 입학해야 한다. 수업 이수 및 2000시간 이상의 임상 로테이션을 거쳐 석사 학위를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된다.

 

PA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는 문진, 신체검사, 각종 진단 검사 지시 및 결과 해석, 질병 진단, 치료계획 수립, 의료행위 등 시술, 약물 처방, 수술 보조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의사가 수행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PA 업무 범위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특히 미국에서는 의사에게 속해 있어야 한다는 점 외에는 주마다 다르다. 업무 범위 설정을 보면 PA는 의사의 역할 중 일부를 직접 수행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법원의 재판연구원과는 차이가 있지만, 의사가 직접 해야 했던 행위량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는 의사의 필요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의료 영역을 보면 치과에는 치과위생사 제도가 있어 개원가나 병원에서 치과위생사가 스케일링 등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외국 PA와 같은 정도의 치과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치과의사의 필요 업무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만약 치과위생사라는 직종이 없었다면 필요한 치과의사 수가 더 많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치과위생사는 공급이 수요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필요하더라도 고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PA라고 불릴 수 있는 직역은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이른바 ‘진료보조 간호사’ 정도일 것이다. 진료보조 간호사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위의 PA 업무 범위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름과 같이 진료보조 간호사로 수행하고 있어 다른 자격자는 할 수 없다. 정식 교육이나 실습 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나라에서 PA가 수행하는 업무를 맡기기 위해서는 이를 의료계의 새 직역으로 만들어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인원으로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PA 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는지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고, 어쩌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의 PA나 우리나라의 치과위생사와 유사한 제도가 마련되고 이를 통해 PA들이 배출돼 지금까지 의사가 수행하던 업무 중 일부를 담당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전공의나 봉직의의 입장에서도 업무 수행의 양이나 시간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향후 필요한 의사의 수는 현재 추정하는 것보다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PA는 어느 의료기관이든 의사와 연계되지 않고 단독으로 개원하거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있다. 그와 같이 제도를 설계한다면 필요 업무량 감소에 따라 봉직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개원이라는 측면에서는 PA의 존재가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우려되는 점 중 하나는 직역 간 갈등일 것이다. 실제 영국에서는 현재도 의사단체(BMA)와 PA 단체(PAAUK) 사이에서 PA의 역할 범위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갈등은 직역끼리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도 중재자 역할로 해결하는데 더 유연한 입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어떤 직역과 정부가 직접 대립하는 형태가 돼 지금과 같이 갈등이 깊어지면 정책 결정자가 당사자가 되므로 여러 이유에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외국의 PA 제도를 보면 입학부터 자격 취득까지 걸리는 시간이 의사보다 짧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할지 여부 및 제도 설계 등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도입한다면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일정 시점까지 필요한 의사 인력의 일부를 보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향후 필요한 의사의 수 및 현재 증원해야 할 의대 정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전제가 달라지므로 새로운 논의나 연구 또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돼 모든 관계자가 다시 한 번 의료법의 목적과 같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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