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야당 대표 알렉세이 나발니(47)가 감옥에서 의문사를 당한 지 사흘 만에 담당 교도소장이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나발니 지지자 및 전문가들은 “나발니를 고문하고 암살한 대가”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나발니가 수감돼있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 일명 북극늑대 교도소 소장인 발레리 보야리네프(53)가 러시아 내무부 대령 계급으로 승진했다.
그의 승진은 나발니가 감옥에서 숨진 지 사흘만인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으로 이뤄졌다.
나발니가 수감돼있던 북극늑대 교도소는 러시아에 있는 최악의 감옥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보야리네프 교도소장은 수감자의 식량 배급을 제한하고 관련 지출 금액을 삭감하는 등의 방식으로 나발니를 감옥에서 고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혐의는 나발니 지지자들에 의해 지난해 6월 법원 심리에서 밝혀졌다.
나발니의 반부패재단 이사인 이반 자아노브는 21일 X(구 트위터)에 “보야리네프 교도소장은 푸틴 대통령의 소원-그의 주요 정치적 상대를 제거하는 것-을 이뤄냈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그의 고문과 살인에 대해 보상을 했다”라고 밝혔다.

인권단체 굴라그넷의 블라디미르 오세크킨도 “보야리네프 교도소장은 나발니와 그의 감시하에 있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22년부터 고문 학교의 경험 많은 사디스트로 21세기 러시아 굴라그의 모든 운영 업무를 감독했다”라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오랫동안 고문 집행인을 승진시켜왔다”라고 전했다.
이번 나발니 의문사 사건에 대해 러시아 야권 및 전문가들은 ‘푸틴이 계획적으로 그를 살해하고 증거인멸까지 준비한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FSB 장교 수 명이 북극늑대 교도소를 방문해 이곳의 일부 보안 카메라와 도청 장치를 분리·해체했다.
이후 지난 16일 북극늑대 교도소에서 나발니의 공식 사망 사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69)는 “시신 검사가 완료될 때까지 아들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나발니의 전신에서 구타 흔적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구급대원은 “그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억눌린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인 19일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는 “푸틴이 치명적인 맹독 노비초크를 이용해 남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나발니는 지난 2020년 8월 공항 카페에서 신경독 관련 독극물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차를 마신 후 숨질 뻔한 독살 미수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그러자 19일 러시아 당국은 “시신 검사가 완료될 때까지 앞으로 2주간 그의 시신을 인계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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