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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억칼럼] 이재명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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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9 23:33:11 수정 : 2025-06-09 2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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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통합 행보에 기대감 높아
‘3대 특검법’ 강행 처리는 유감
무소불위 권력 행사 절제해야
쓴소리 담당 레드팀도 꼭 필요

지난해 7월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이던 이재명 전 대표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정 의원은 인터뷰 내내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겸손’을 강조했다. 당시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인터뷰를 마친 후 정 의원의 혼잣말이었다. 정 의원은 중얼거리듯 “이 전 대표 주변에 간신이 많아져서 걱정”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에게 당시 소수 여당을 상대로 강경 일변도의 밀어붙이기를 강조하는 강경파 측근 그룹을 겨냥한 말로 들렸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엿새가 지났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행한 두 번의 연설과 세 번의 인사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국회 본회의가 한 차례, 법사위가 한 차례 열렸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 성격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는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 합당한 보상으로 돌아오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실용·통합·공동체를 강조한 두 연설 내용은 흠잡을 데가 없다.

박창억 논설실장

대통령이 취임선서 뒤 첫 행보로 여야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 것도 과거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이 대통령은 “개혁신당 천하람, 국민의힘 김용태 대표를 잘 모시겠다. 자주 보자”고 말했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한껏 기대를 갖게 하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국회로 눈을 돌려 보면 여전히 다수 의석을 앞세운 우격다짐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안(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과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야당의 반발 속에 강행 처리했다.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는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만큼 갈등을 초래할 힘의 행사는 절제하자는 ‘쓴소리’는 강경론에 묻혀 버린 것 같다. 새 정부의 ‘1호 법안’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한 무더기 특검이라는 점은 여러 우려를 낳는다.

이재명정부는 1987년 이후 가장 강력한 정부로 평가받는다.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거머쥐었다.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역대 최다 득표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환경에서도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절반에 육박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필요한 정책은 신속하게 추진해야겠지만 강성 지지자에게 휘둘려 독선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시대정신은 ‘내란 종식’이었다. 이 대통령은 내란세력 단죄를 강조하면서도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동시에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며 계엄에 대한 철저한 단죄를 약속했다. 내란세력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과거에만 매달려 미래를 대비할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내란 종식은 메스로 환부를 도려내는 식으로 최소 시간에 최소 범위에 국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보복으로 해석될 빌미를 제공한다면 국정운영의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간난신고를 이겨내고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달성해 왔다. 더구나 22대 총선 압승과 대표 연임을 통해 여권 내 일극체제를 구축했다. 이런 지도자에게는 이견을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레드팀(조직 내 확증 편향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는 참모)이다. 지난 정부의 실패에는 직언하는 참모가 없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에 모두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만 포진해서는 안 된다. 반대편 입장에 서서 듣기 싫은 소리를 해주는 참모를 곁에 두어야 한다. 상대방 관점에서 우리를 보는 것,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있어야 성공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레드팀의 성패는 오롯이 대통령 의지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이 정부 인선을 보면 겪어본 사람, 편한 사람 위주로 중용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박창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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