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신학기 때 취재하면서 알게 된 베트남 국적의 유학생 A(21)씨를 종종 만난다. 얼마 전에도 A씨를 만나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 그는 “돈 벌고 있어요”라는 뜻밖의 얘기를 했다. “공부하러 유학왔는데, 돈은 왜 버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그는 서툰 한국어로 “저 공부 안 해요. 돈부터 벌어야 해요”라고 답했다.
A씨의 유학 과정을 들어보니 왜 돈부터 벌어야 하는지 좀 이해가 됐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전남 소재 한 대학 주최의 유학생 설명회에 참석했다. 한국에 유학 오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대학 관계자의 말에 솔깃했다. 이 고교에서 유학 온 선배들이 한 달에 200만원 이상 벌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그는 유학을 결심했다. A씨는 당시 유학설명회가 유학이 아닌 취업을 소개하는 자리 같았다고 했다.
A씨가 이 대학으로 유학을 오는 데 2000만원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베트남 직장인 연봉은 대략 500만∼600만원이다. 직장에 다니는 A씨의 부모는 빚을 내 유학비용을 마련했다. A씨는 이 빚을 갚는 데 매월 50만원 이상을 보내고 있다. 갈비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는 매월 220만∼250만원을 벌고 있다.

유학 비자(D-2)를 받는 유학생은 학업을 목적으로 입국해 원칙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 다만 한국어 능력(토픽)에 따라 주중에 10∼35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주말과 방학에는 시간 제한이 없다.
토픽 3급인 A씨는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해 현행 법을 위반하고 있다. A씨가 불법 근로로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데는 대학이 눈을 감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학은 유학설명회에서 약속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출석과 수업을 과제물로 대체하는 등 편의를 봐주고 있다.
이 대학의 상당수 유학생은 A씨처럼 교실보다 근로 현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다. 심지어 이 대학의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는 고임금 아르바이트 자리와 가게 사장의 평판을 올리고 아르바이트 비용을 담합하는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다른 대학에 유학 중인 유학생들조차 이런 소문을 듣고 불법 아르바이트하기 좋은 이 대학으로 편입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학비 마련과 생계 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지난해 유학생 노동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의 93.5%가 ‘유학 생활을 위해 취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상당수 유학생들은 엄격한 근로시간 제한을 지키지 못하고 불법 근로를 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 취업 적발 건수는 1306건으로 전년보다 900건가량 늘었다.
신학기 때마다 신입생 충원을 하지 못해 애를 먹는 광주·전남지역 대학은 유학생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유학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운명이 갈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면 불법 근로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권유하는 불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유학생 20만명 시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어쩌다가 유학생들의 불법 근로를 양산하는 온상이 됐는지 곰곰이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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