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업무 자체를 흔드는 건 ‘본말 전도’
단독수사하게 된 경찰도 난감한 상황”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자체를 엄격하게 막을 일이지 (대공 수사라는) 주 업무 자체를 이렇게 흔드는 건 본말이 전도됐죠.”
2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만난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인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전략안보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을 역임한 남 원장은 “국정원이 정보를 수집해서 기소까지 하는 것을 문제 삼는데 그건 분단국이기 때문”이라며 “물밑에서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고, 북한의 적화 통일에 맞서기 위해 간첩에 한해서만 기소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에 따르면 이번 달부터 수사권이 없는 국정원이 채득한 증거는 직접적으로 채용하기가 어려워졌다. 국정원이 해외에서 수집한 첩보를 전달하는 ‘행정조사권’만 보유하게 된 상황인데, 수사와의 경계가 모호한 탓이다. 남 원장은 “행정조사권에 대해서 (국정원) 직원들 얘기로는 굉장히 겁을 낸다”며 “수사권이 넘어갔는데 수사 자료를 수집하면 국정원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본업이 사라진 국정원도 망연자실, 민생 치안 기능 중심으로 움직이던 14만명의 경찰은 극소수만 하던 안보 수사를 단독으로 하라고 하니 역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대공 수사 관련 인적 네트워크와 장비를 국정원에서 경찰로 모두 넘긴다는 개념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남 원장은 “60년에 걸쳐 축적돼 대공 수사의 역사라는 건 ‘무형의 소프트웨어’라 말로는 전달이 안 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명문대 입시 자료와 노하우를 아무리 갖다 줘도 일반 강사가 하루 이틀 공부해서 입시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에서 경찰로 4명 정도 파견 근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토론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국정원이 인지한 증거나 자료를 완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정원으로 다시 대공수사권이 복원되려면 관련 법을 다시 손봐야 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 일 없이 경찰의 안보수사단이 자리 잡기까지는 십수 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남 원장의 전망이다. 그는 “간첩이라는 게 국정원에서 채증을 해도 법정 가서 기소가 잘 안 되는 그런 수사인데 경찰 안보수사단에서 특진이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보다도 사건 수사를 많이 해 봐야 하고,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승진 인사 체계를 별도로 하는 등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10∼20년 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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