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찍은 머그샷(mug shot·범죄자의 인상착의를 기록한 사진)이 공개됐다.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흰색 셔츠와 빨간 넥타이 차림은 그대로인데, 눈을 치켜 뜬 채 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관련 혐의로 4번째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후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출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구치소에 일시 수감되는 형식을 밟으면서 다른 용의자들처럼 범인 식별 사진을 뜻하는 머그샷을 촬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 세 번의 기소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인정받아 수감 및 머그샷 촬영 등 절차를 피해 갔다. 하지만 풀턴카운티 구치소 운영을 책임지는 보안관 사무실 측은 앞서 “모든 사람은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머그샷을 촬영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은 피의자에게 ‘머그샷 촬영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영화배우 로버트 다우니, 키아누 리브스, 팝 스타 저스틴 비버 등 유명인들의 머그샷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일이 잦다.
반면 한국에서는 피의자가 머그샷 촬영·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대낮에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 해 숨지게 한 최윤종(30)의 신상이 공개된 지난 23일 경찰은 그의 머그샷도 함께 배포했다. 그가 전날 머그샷 촬영·공개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최윤종 이외에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2021년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7)이 유일했다.
앞서 서울 관악구 신림역 흉기난동범 조선(33)과 경기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범 최원종(22)은 머그샷 촬영과 공개를 거부하면서 신분증 사진과 함께 검거 당시 확보된 사진만 공개됐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경찰이 △범행의 잔인성과 중대성 △증거의 충분성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신상을 공개하게 했다. 경찰이 신상공개 시 고려할 사항만 명시할 뿐 신상공개 ‘방식’은 규정하지 않다보니, 통상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때 주민등록이나 운전면허 등 신분증 사진이 공개돼 왔다. 하지만 사진이 너무 오래전 촬영돼 피의자의 현재 모습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미국처럼 피의자의 머그샷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미국처럼 경찰에 체포될 경우 머그샷을 촬영해 보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자 인권보다 국민이 범죄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반해 신상공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신상공개 만능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강력범죄 피의자를 대중 앞에 전시함으로써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 안전을 방위할 책무를 손쉽게 완료한 것처럼 행세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머그샷 촬영 여부와 별개로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인권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신상공개 확대화 경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