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그샷(mug shot)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식별하려고 구금 상태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이다. 머그(mug)가 큰 컵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18세기부터 속어로 ‘얼굴’을 일컫는 뜻으로도 사용된 데서 유래했다. 19세기 미국의 탐정이었던 앨런 핑커턴이 현상수배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입했다고 한다. 이름표·수인번호를 든 피의자의 정면과 측면 얼굴을 찍은 사진은 수용기록부에 등재된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피의자에게 ‘머그샷 촬영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유명인들의 머그샷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일이 잦다. 1977년 뉴멕시코주에서 운전면허증 미소지 및 신호 위반으로 체포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활짝 웃는 소싯적 머그샷은 특히 유명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영화배우 로버트 다우니, 키아누 리브스, 팝 스타 저스틴 비버도 ‘인상적인’ 머그샷을 남겼다. 머그샷을 찍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입원한 피의자’로 제한돼 있다.
분당 서현동 흉기 난동 사건 범인 최원종의 신상이 지난 7일 공개됐지만 머그샷 촬영 거부로 운전면허증과 검거 당시 사진만 배포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크다. “살인자에게 촬영 선택권을 주냐”, “범죄자가 살기좋은 나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머그샷 촬영과 공개를 의무화한 법이 없어 벌어진 일이다. 강력 범죄·성폭력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는 2010년 4월 마련됐지만 머그샷 촬영·공개와 관련한 세부 규정이 없다. 법안 처리가 느려터진 국회 책임이 크다.
문제는 공개된 사진과 실제 얼굴의 괴리다.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의 증명사진이 공개됐을 때 고교 동창들도 못 알아봤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을 저지른 전주환도 증명사진과 검찰 송치 과정에서 드러난 얼굴이 너무 달랐다. 2019년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다 가리는 ‘커튼 머리’로 출석했다. 살인·강도·강간 등 현행범, 유죄선고를 받은 흉악범은 본인 동의가 없어도 머그샷을 찍어야 한다. 흉악범의 권리가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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