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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에 속아 통장 대여…헌재 “피해자 처벌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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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09 16:24:22 수정 : 2023-07-09 16:24:21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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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계좌 개설에 필요한 인증번호 등을 제공했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받았다.

 

헌재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구인 A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4월 소셜미디어(SNS)에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부업 광고를 보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투자금으로 1100만원을 보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익이 발생했다고 속인 뒤 출금을 위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A씨는 피싱범이 시키는 대로 신분증과 신용카드 번호, 휴대전화 인증번호 등을 보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조직은 A씨에게 수익은 커녕 투자금마저 돌려주지 않았고 A씨의 정보로 개설한 계좌를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하기까지 했다.

 

울산지검은 A씨가 돈을 대가로 통장을 건넨 것으로 보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021년 7월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A씨는 돈을 출금하기 위해 인증번호 등을 보낸 것이지 계좌 개설을 위해 보낸 것은 아니라며 맞섰고, 검찰의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청구인이 접근 매체(통장 등)의 전달을 요구받은 시기는 수익금 발생을 고지받은 후이므로 접근 매체의 전달과 수익금 발생은 상관관계가 없고, 단지 자신의 투자금을 출금하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 본인인증 수단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청구인의 접근 매체 전달과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청구인에게 대가를 요구하면서 접근 매체를 전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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