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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정유정, 살인 후 가벼운 발걸음. 굉장히 독특한 장면”

입력 : 2023-06-03 11:31:51 수정 : 2023-06-03 11: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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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후 시신 담을 캐리어 끌고 집에서 나오며 ‘가벼운 발걸음’
이 교수 “정유정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당황하거나 공포에 떠는 모습 없어”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시신을 유기하기에 앞서 지난달 26일 여행용 가방을 챙겨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 KBS 방송화면 갈무리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의 ‘살인 후 가벼운 발걸음’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KBS가 지난 2일 부산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지난달 26일 피해자 A씨(20대)의 집에서 A씨를 살해한 정씨가 자신의 집에서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가져오는 장면이 담겼다.

 

그런데 해당 영상 속 정씨는 가벼워 보이는 캐리어를 한 손으로 끌며 아무렇지 않다는 등 태연하게 인도를 성큼성큼 걷는다. 그 어떤 불안감이나 심적 동요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매우 기분이 좋아보이기까지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해당 영상에 대해 ‘성격장애적 요인’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저 모습이 어쩌면 (유족에 사과하는) 정유정의 또 다른 모습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인다”면서 “발걸음이 굉장히 가볍지 않나. 뭔가 자기가 목표로 하는 행동을 달성하기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문제는 저게 이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다음이기 때문에 굉장히 일반적이지 않은 밝은 모습(이라는 것)”이라며 “보통 사람이, 아무리 범죄자라도 누군가를 죽이면 ‘이를 어떻게 하나’하면서 굉장히 당황하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한데 저 모습은 그런 공포나 당황스러운 모습이 들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마 추후에 검찰에서 심리 분석을 할 걸로 예견된다”면서 “단순한 ‘사이코패스’하고는 약간 다른, 제가 추정컨대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게 있는데 어떤 성격장애적 요인을 보이는 게 아닌가라는 추정을 하게 만드는 굉장히 독특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 부산경찰청 제공

 

◆명문대 출신 또래 영어 과외강사를 범행 대상으로… 영어 콤플렉스 때문이었나?

 

학교 졸업 후 5년째 무직 상태였고 최근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정씨에게 ‘영어 콤플렉스’가 있었고, 이 때문에 범행 대상으로 명문대 출신 인기 영어 과외강사가 지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일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어 실력이 좋지 못하다”라며 “딱 중학교 3학년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평소 범죄소설 등에 심취해 있던 정씨가 범행 타깃으로 ‘영어 과외교사’를 선택한 이유가 자신의 ‘영어 콤플렉스’ 때문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관해 이 교수도 “본인에게 가장 큰 ‘핸디캡’이 5년 동안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못하다 보니 아마도 영어를 못한다, 이것 때문에 내가 사회생활을 못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결국 과외 앱에서 피해자가 아주 유능한 영어 선생님, 그러니까 일류대를 나온 영어 선생님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씨는 지난달 24일 과외 중개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을 ‘중학생 학부모’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 A씨(20대)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이틀 후인 같은 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영어 과외 시범수업’을 받겠다며 부산 금정구 소재 A씨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그를 살해했다. 이때 정씨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교복을 입고 중학생 행세까지 했다. 

 

범행 직후 정씨는 마트에서 흉기와 락스, 비닐봉지 등을 구입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대형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챙긴 뒤 A씨 거주지로 돌아가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 일부는 가방에 보관했다.

 

범행 사흘 뒤인 27일 오전 0시50분쯤 정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시신 일부가 담긴 여행용 가방을 택시에 싣고 평소 산책하러 자주 가던 경남 양산의 낙동강 변 풀숲에 버렸다.

 

당시 정씨를 태운 택시기사가 새벽에 여성 혼자 혈흔 묻은 가방을 끌고 풀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범행이 발각됐다.

 

경찰이 정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그는 범행 3달 전부터 인터넷에 ‘살인’, ‘시체없는 살인’ 등과 같은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도서관에서 다수의 범죄 관련 소설을 빌렸는가 하면, 평소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잔혹범죄를 학습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 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거나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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