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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에르도안 뜻대로… '핀란드 먼저, 스웨덴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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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8 09:43:15 수정 : 2023-03-18 09:43:15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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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안 분리' 소신 관철
튀르키예 외교적 승리… 美 "스웨덴도 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끝내 관철시켰다. 동시에 나토 회원국 지위를 신청한 핀란드와 스웨덴 중 핀란드만 먼저 가입시키고 스웨덴은 뒤로 미루자는 튀르키예의 구상이 조만간 실현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 SNS 캡처

그간 두 나라의 동시 가입을 강력히 주장해 온 미국은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며 “스웨덴도 조속히 나토 회원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앙카라를 방문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튀르키예 의회가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곧 처리할 예정임을 밝혔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30개 회원국 전체의 찬성이 필요한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튀르키예·헝가리 두 나라 의회만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은 상태다. 튀르키예에 이어 헝가리 의회도 곧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전해졌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지정학적 상황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며 “튀르키예 정부는 이제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맹으로서 양국의 협력이 더욱 심화하길 기대한다”는 말로 기쁨을 표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에 위협을 느낀 핀란드·스웨덴은 지난해 5월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그간 고수해 온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미국, 영국,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 도움을 받아 안전을 지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튀르키예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특히 스웨덴을 지목해 “튀르키예에 적대적인 국가”라고 비난했다. 스웨덴 일부 시민들이 반(反)이슬람 구호를 외치며 쿠란을 불태우는가 하면 튀르키예를 ‘독재국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해 모욕을 안겼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SNS 캡처

지난해 10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에 참석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작심발언을 했다.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분리하자”며 “핀란드 먼저 나토에 가입시키고, 스웨덴은 좀 더 지켜보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핀란드는 처음엔 ‘가당치 않은 일’이란 식의 반응을 보이며 “스웨덴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핀란드 국내 여론이 단독 가입 쪽으로 돌아섰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지 않은 스웨덴에 비해 러시아와 약 1500㎞의 국경선을 공유한 핀란드는 안보 불안감이 훨씬 더 크다. 더욱이 핀란드는 1939∼1940년 소련(현 런시아)의 침략을 받아 국토의 약 10%를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있다. 결국 핀란드는 스웨덴의 양해를 구하고 먼저 나토 회원국이 되는 길을 택했다.

 

그간 핀란드·스웨덴의 동시 나토 가입을 적극 지지한 미국은 다소 서운한 표정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튀르키예·핀란드 정상회담 후 내놓은 성명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보내기로 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도 신속히 처리할 것을 권유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두 나라 모두 가능한 한 빨리 나토 회원국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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