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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의대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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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20 23:50:28 수정 : 2023-02-20 23: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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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 입시 서열 최상위에는 의대가 있다.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로 불리는 의·약학 계열은 대입 지원 단계에서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의 최우선 선택지가 된 지 오래다. 의대를 가려고 삼수, 재수, 반수를 하는 학생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입시판에서는 ‘30대 이전 의대에 합격하면 늦지 않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의대 열풍이 거세다 못해 학원가에 ‘초등학생 의대 준비반’까지 등장했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올해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정시모집 합격자 중 약 30%(1343명)가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자연계열이고, 의학계열에 복수 지원해 합격한 이들이 대거 빠져나간 결과다. 그 빈자리는 추가합격자들이 채웠다. SKY 자퇴생 가운데 자연계열 비율도 2020년 66.8%, 2021년 71.1%, 2022년 75.8%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갈수록 미래가 불안해지는 시대에 정년이 없고 수입이 월등하게 높은 의사 선호도가 높은 건 당연한 일이다.

계약학과인 반도체학과도 서울 주요 5개 대학 정시모집 1차 합격자 대부분이 등록하지 않아 충격을 줬다. 게다가 추가합격자를 3∼5차까지 모집해야 했다. 졸업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 취업하는 특혜가 주어지는데도 말이다. 카이스트를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과 포스텍을 다니다 그만둔 인원은 최근 5년간 1105명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이공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의대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의대 블랙홀’이란 말까지 나올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공계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무색하게 하고 미래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도 물론 소중하지만 의학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과학기술에서 절대 우위를 확보해야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 지금은 천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더 고착화하기 전에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의대 쏠림 분산 대책을 찾아야 한다. 정원을 확대해 의대 진학의 이점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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