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신축 오피스텔에 들어간 A(30)씨에겐 입주 후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매달 1일 자신이 거주하는 호수의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집주인이 바뀌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바뀌면 전세보증보험사에 이를 알려야 하는데, 현재는 직접 등기부등본을 떼보지 않으면 세입자가 이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세입자가 바뀐 뒤 일정 기간 내에 전세보증보험사에 이를 알리지 않으면 보험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만히 앉아 있다 보험에 가입하고도 전세금을 못 받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매달 등기부등본을 떼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셋집에 입주한 A씨의 ‘웃픈’ 습관이 사라질 수 있을까.
임대인이 바뀔 시 임차인에게 이를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최근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핵심은 집 주인이 세입자가 사는 집을 팔고자 할 때 세입자에게 매매계약 체결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세입자가 임대차계약을 유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매수자의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세입자가 매수자를 믿지 못해 계약을 끊길 원할 땐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임대인 변경으로 인한 전세사기 유형은 신축 오피스텔·빌라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건설사는 통상 신축 오피스텔·빌라를 분양할 때 세입자를 낀 조건부 계약을 수분양자와 맺는데, 이 과정에서 수분양자는 사실상 무자본으로 집을 사들인다. 세입자가 내게 될 전세금으로 매매금을 충당하는 셈이다. 이후 전세를 놓고, ‘바지임대인’으로 불리는 명의대여자에게 매매금보다 조금 비싸게 집을 팔고 나가면 끝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가 떠안는다.
온라인에도 이 같은 일에 당했다며 구제 방법을 묻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1억9000만원에 진행했는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집 주인이 바뀐 걸 알게 됐다”며 “현 임대인이 연락두절 및 강제경매집행 대기 상태”라고 푸념했다. 그는 “임대인 변경 여부도 보증보험을 가입하려다가 알게 됐고, 현 임대인 측에서 매매계약서 사본을 줄 수 없다고 해 보증보험도 가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후 주택을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자에게 양도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만료 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거나 주택 양수인의 세금 체납으로 인해 주택이 경매·공매돼 보증금을 떼이는 유형의 전세사기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심 의원은 “이는 현행법상 임차주택 매매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매매사실을 통지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라며 “임차인은 임대인 변경사실을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어 적절한 법적 대응 시점을 놓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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