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26일 개봉한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에는 경찰이나 검찰의 취조실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자백’은 용의자의 유죄를 증명하겠다는 이들 대신, 본인의 무죄를 증명하겠다는 유민호(소지섭)와 유민호를 변호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겠다는 변호사 양신애(김윤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자주 보아온 방식의 진실 찾기, 진범 찾기 이야기는 아니다.
그동안 용의자, 형사, 검사, 변호사 등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꽤 많았다. 과학수사대나 프로파일러가 나오는 미국 드라마도 떠오른다. 현재도 변호사나 검사, 판사가 주인공인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 여럿이 방영 중이다. 덕분에 웬만한 수사 용어나 법정 용어 등에는 꽤 익숙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고립된 산속 별장에서 ‘무죄 증명하기’ 혹은 ‘무죄 만들기’를 위해 만난 두 사람의 팽팽한 대립을 보며, 과연 무죄가 맞는지 밝혀보고 싶어진다. 이런 추리에 도움이 될 팁을 소개할까 한다. ‘자백’을 더 몰입하며 보는 방법 소개 정도가 되겠다.
# 구분하라!
영화가 시작하면, 불륜녀 김세희(나나) 살인 혐의를 받는 재벌가 사위이자 IT 기업 CEO 유민호의 구속 영장이 기각된다. 유민호 입장에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만 무사히 받으면 되는 상황인데, 그러기 위해선 승률 100%인 양신애 변호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양신애는 유민호의 진술엔 허점이 많다며 진실을 알아야겠단다. 모든 상황을 알아야만 무죄를 받아낼 수 있다며 다그친다.
유민호의 진술과 양신애의 반박은 영상화된다. 그들의 이야기에 따라 살인 현장, 사고 현장 등이 재현된다. 그들의 말이 바뀌거나 추가되면, 영상도 바뀌어 다시 등장한다. 장소와 시간은 같지만, 유민호나 김세희의 말이나 행동이 바뀌기도 하고, 주변 인물의 역할이 달라지기도 한다. (배우들은 일인다역을 한 셈이다) 양신애의 반박에 따라, 안에서 잠긴 창문 등이 클로즈업 커트가 추가되기도 한다.
같은 상황을 여러 버전으로 보다 보니, 집중력이 요구된다. 이건 기억, 이건 추정, 이건 상상 등 잘 구분하면서 볼 필요가 있다. 유민호의 기억만큼이나 양신애의 기억에도 주목하라. 영상화된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진실도 거짓도 섞여 있다. 그걸 잘 구분해야 한다.

# 기억하라!
그리고 기억력도 중요하다. 진실과 거짓, 기억과 상상 등을 잘 구분해내는 만큼 잘 기억할 필요도 있다. 거짓이나 오류라고 판단되면 빨리 잊어라. 진실로 여겨지는 것으로만 퍼즐을 맞추는 게 효과적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이걸 왜 보여주지?’ 혹은 ‘왜 가리지?’ 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시선이 느껴진다면 무얼 보여주는 건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우연히 보여주거나, 가린 것이 아닐 테니 힌트일 가능성이 크다.
# 비교하라!
원한다면 비교하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원작인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올 파울로, 2016)는 국내에도 개봉한 영화라 찾아보기 쉽다. 스페인 영화를 자주 보지 못했다면, 언어가 좀 낯설 수 있으나, ‘자백’과 마찬가지로 스토리에 빠져들게 되면, 익숙해진다.
두 영화를 보는 순서는 상관이 없다. 반드시 원작을 먼저 보고 리메이크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두 영화는 매우 비슷하면서 꽤 다르다. 큰 줄기의 스토리는 그대로이나 스토리를 표현한 디테일에서 차이가 생긴다. 도심의 아파트와 산속 별장, 나이 차이가 나는 변호사 등을 비롯해 한국화된 설정도 좀 있다. 영화라는 창작물의 다양한 이야기 전개 방식 체험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매력인 영상이 주는 색감이나 질감, 공간감까지 느껴본다면,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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