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가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 독소가 공기 중으로도 확산한다는 국내 첫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환경단체는 영남권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도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 등 환경단체에 따르면 낙동강 주변 공기 중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 조사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일 사이 낙동강 주변 10여 곳에서 물과 공기 시료를 채취해 남세균 독소를 분석했다. 김태형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이 공기 시료를, 이승준 부경대 교수팀과 신재호 경북대 교수팀이 물 속 녹조 독소를 분석했다.

이 결과 6개 지역 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으며, 1개 지역에서 BMAA가 검출됐다. 물 속 마이크로시스틴은 합천군 한 저수지에서 5337μg/L로 가장 많이 검출됐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물놀이 기준 8μg/L의 667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녹조라떼’의 주범인 남세균은 엽록소를 지닌 짙은 청록색의 세균으로, 광합성 과정에서 내뿜는 독소 중 발암물질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 BMAA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단이 채집한 공기 시료 중 11개 지역 공기 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1개 지역 공기 중에서 BMAA가 검출됐다.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이 가장 많이 검출된 곳은 경남 김해 대동 선착장 주변(6.8ng/㎥)이었다. 2015년 미국 뉴햄프셔 주 강 주변 공기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최저농도인 0.013ng/㎥에 비하면 최대 500배가 넘는다고 환경단체는 설명했다.
창원 본포생태공원에서는 4.69ng/㎥가 검출됐으며, 특히 낙동강에서 1㎞나 떨어진 부산의 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도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이 1.88ng/㎥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는 “이번 조사는 공기 중 남세균을 포집해 그 남세균의 독성을 측정한 것”이라며 “하나의 남세균이 여러 개의 남세균 독소를 만들어 내는 특성을 고려하면 해외와 같이 공기 중 남세균 생성 독소까지 측정했다면 현재 독성 수치보다 더 높게 검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녹조라떼 말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국가가 이를 방치한 결과 심각한 사회재난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은 이념 문제가 아닌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정부는 녹조 문제 전체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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