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의 대변에는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고, (배설물을 처리하는) 하수도에서 유전자를 검출해 분석하면 그 도시 전체의 감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19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의 하나로 소개한 ‘하수역학’(下水疫學)의 핵심이다. 신문이 ‘하수역학의 선구자’로 소개한 기타지마 마사아키(北島正章) 홋카이도대 대학원 교수는 “전체적인 유행 동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 측정방식이 개량된 상황”이라고 자신했다.

해당 기사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유지해 온 감염자 전수파악 방식의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일본의 고민이 어느 정도인지가 엿보인다. ‘코로나19 유행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전수파악을 폐기하면 감염의 전반적인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7차 유행의 기세가 좀체로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전수파악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 고민은 더욱 깊다.
일본의 코로나19 사태는 악화일로다. 18일 감염자수는 25만553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으로 치면 추석겪인 오봉 연휴를 맞아 인구이동이 많았던 터라 상황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8∼14일 1주일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수는 1647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같은 기간 감염자수는 139만5301명으로 세계 감염자수(546만641명)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했을 정도다.
의료기관의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일선 병원의 한 원장은 A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정도 기다려 입원이 결정되면 빠른 것이라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환자 대응만도 벅찬 병원이 감염자수 파악을 위한 행정절차까지 처리해야 해 의료체계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일본 정부가 전수파악 방식을 수정하려는 이유다. 현재 일본은 ‘허시스’라는 시스템에 모든 감염자의 정보를 기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병원, 보건소의 업무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오미 시게루(尾身茂) 정부전문가회의 회장은 “전수파악을 그만하고 새로운 틀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 꼽히는 게 ‘정점파악’(定点把握)이다. 모든 의료기관이 아니라 인플루엔자처럼 지정된 기관에서만 보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줄여 환자 대응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는 장점이 무엇보다 크다.
하지만 걱정되는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전수파악을 하지 않을 경우 전반적인 감염상황을 알기가 어렵다. 감염이 확대되고 있는 지, 아니면 수습되고 있는 것인 지를 신속하게 알기가 쉽지 않다. 또 고령자나 건강 상태를 관찰해야 하는 사람들이 누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ANN은 “보건소나 행정의 입원 조정이 사라지면 상태가 나빠도 입원을 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이 하수역학을 소개한 것은 이런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하수역학은 기타지마 교수가 동료와 함께 전염병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의 하나로 2020년 소개했는데, 그간 측정 방식의 발전을 이뤄 “인구 10만 명당 하루 1명의 감염자가 발생해도 하수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 신문은 “기타지만 교수는 홋카이도의 하수처리장 3곳에서 분석을 실시해 지난 1월 6차 유행, 7월의 7차 유행을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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