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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대응해 경찰 통제 추진…국회 패싱·위헌 논란도

입력 : 2022-06-21 14:05:30 수정 : 2022-06-21 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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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권한 확대, 유례찾기 어려운 수준" vs "법치주의 위반, 명령에 의한 지배"
시민단체 경찰개혁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안부의 경찰 직접통제를 비판하고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행안부 내 '경찰지원조직' 신설 등 사실상 경찰을 직접 통제하기 위한 권고안을 21일 최종 발표하면서 '경찰 수사권의 법적 성격과 범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 관련법 개정으로 경찰 권한이 이전보다 한층 커진 만큼 '민주적' 방법으로 경찰을 통제하고 지휘할 수단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지만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된 안은 형식상으로는 자문위의 '권고' 형식이다. 그러나 자문위 자체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지시로 설립된 것인데다 이른바 '검수완박'법에 대응하려는 윤석열 정권 차원에서 추진된 안이라는 점에서 권고안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국가경찰위 강화 vs 행안장관 직접 지휘…경찰 '통제' 방법 두고 갑론을박

자문위는 이날 권고안에서 경찰 권한을 둘러싼 변화 움직임을 들어 경찰 통제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이 생겼고,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인해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과 불송치 종결권이 부여됐으며, 2024년에는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양되는 등 경찰권 확대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문위는 "이와 같이 확대·강화된 경찰권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에 따라 행안부와 그 소속청인 경찰청과의 관계, 국가수사본부, 국가경찰위원회, 시도자치경찰위원회 등 각종 경찰제도와 경찰의 임무수행 역량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문위는 또 "현행 법률상 행안부 장관의 (경찰지휘) 역할은 사실상 매우 형해화돼 있어서 경찰의 민주적 관리, 운영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그에 따른 문제는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역할과 권한이 커진 경찰을 '통제'할 필요성 자체에는 여야 정치권, 검찰, 경찰 및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경찰 통제 방식을 두고는 이견과 논란이 계속돼 왔다.

경찰과 시민단체 측에서는 자문기구에 그친 국가경찰위 권한을 강화하거나 자치경찰제를 실질화해 경찰 권한을 분산하자는 의견을 내왔다.

국가경찰위는 경찰행정 심의·의결기구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과 민주성·공공성 확보를 목적으로 1991년 설치됐다. 그러나 비상설이고 경찰 외부 인사가 주를 이루는 자문기구 성격이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경찰내부에서는 중립성과 민주성을 지닌 인사들로 위원을 구성하고, 경찰 업무에 대한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위원회를 보좌할 수 있는 전문위원 조직을 신설하는 등 국가경찰위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주장해왔다.

자치경찰을 제대로 키워 경찰권을 지방으로 분산하자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국가경찰의 조직·인력·예산을 자치경찰로 완전히 옮겨 국가경찰을 통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방안은 자문위가 설치를 권고한 대통령 직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장기 과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행안부도 국가경찰위가 경찰 통제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연합뉴스에 "국가경찰위는 상임위원회가 아니라서 지휘하는 데 적절한 조직은 아니다. 한계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도 국가경찰위가 행안부의 경찰 통제를 대체할 기구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자는 방안은 30년간 시민사회에서 주장해온 내용인데 매번 경찰의 반대에 부딪혔다"며 "이번에도 될지 의문인데 이것만 가지고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양 변호사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의 경찰개혁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 법 개정 대신 시행령으로 '국회 패싱'…위헌 논란도

행안부 장관이 경찰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고 하더라도,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국회 패싱'이라는 논란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행안부 자문위는 경찰청 지휘규칙을 행안부령으로 신설하는 안을 권고했다. 행안부 내 경찰 지원 조직 신설도 최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한 것처럼 국회 입법을 우회해 시행령 개정만으로 국무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경찰의 독립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정부조직법 및 경찰법의 위임 밖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1991년 지방자치제도 실시 등으로 경찰이 내무부(현 행안부)에서 독립하면서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이 삭제됐다.

현행 정부조직법 제34조에도 행안부 장관의 사무로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상훈, 전자정부, 지방자치제도, 선거·국민투표의 지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 등 16가지가 열거됐지만 '치안'이나 '경찰'은 없다.

다만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돼 있다.

즉, 행안부 장관이 법률에 따라 경찰을 통제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시행령으로 경찰 지휘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야당 측에서는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 업무는 없으므로 경찰 지원 조직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만 가능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에 정면으로 반하는 시행령을 추진하는 것은 법률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명령에 의한 지배를 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법치주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행안부 자문위는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청의 중요정책 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한 정부조직법 제7조를 들며 이 조항이 행안부의 경찰청 지휘 근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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