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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자체가 예술품… 오페라 극장에 온 듯 [박윤정의 알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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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02 08:00:00 수정 : 2022-04-01 21:11:09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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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파리 백화점

151년 전통 사마리텐 백화점
리모델링 마치고 화려한 귀환
아르누보 다양한 양식에 감탄
백화점 기능 넘어 랜드마크로

첫 백화점인 ‘르봉마르셰’
에스컬레이터도 또다른 작품
사마리텐 백화점. 2021년, 151년 전통의 파리 사마리텐 백화점이 16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약 1조원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한다.

2021년 6월, TV 뉴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한 사마리텐 백화점 개장 행사 소식을 접했다. 151년 전통의 파리 사마리텐 백화점이 16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기사다. 대한민국 뉴스에 날 만한 일인가.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뷔통모엣에네시(LVMH)가 약 1조원을 들여 리노베이팅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파리 백화점하면 갤러리 라파예트와 프랭탕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에게는 이 두 백화점이 익숙하지만 파리지앵들에게는 사마리텐이 더 친근하다. 누구는 과거 추억을 환기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과도 같다고 했다. 아시아 점원들 덕택에 관광객들이 넘쳐나던 라파예트와 그 옆에 위치한 프랭탕을 뒤로하고 이번 여행에서는 사마리텐을 들러보기로 한다.

사마리텐의 부티크 호텔 ‘슈발 블랑 파리’.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뷔통모엣에네시(LVMH)의 주요 브랜드와 신진 브랜드를 포함해 매장 600여개가 입점해 있고, 5성급 호텔은 물론 갤러리, 사무실, 사회주택, 탁아소까지 있다.

사마리텐은 LVMH 주요 명품 브랜드와 신진 브랜드를 포함해 매장 600여개가 입점해 있다. 5성급 부티크 호텔 ‘슈발 블랑 파리’부터 갤러리, 사무실, 사회주택, 탁아소까지 있다. 큰 복합 주거단지 같다. 롯데월드타워와 시그니엘 서울을 떠 올리며 상상해 본다.

 

택시는 호텔 정문에 멈췄다. 멋지게 차려입은 호텔 직원들이 짐을 내리기 시작한다. 투숙객인지 묻더니 체크인 데스크로 안내한다. 이름을 얘기하니 ‘메일 요청사항대로 객실 정리를 했다’며 카드키를 건넨다. 부담되는 가격에 전 일정을 머물 수 없어 파리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나서야 슈발 블랑 호텔에 도착했다. 2021년 가을 개장한 이 호텔은 벌써 파리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사마리텐은 백화점을 넘어 랜드마크가 됐다.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향한다. 복도와 엘리베이터까지 화려하기 그지없다. 객실 인테리어마저 순간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저 멋진 송치가죽 소파는 인테리어 소품이 아닌 가구겠지. 어색하게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직원 인사를 받으며 호텔을 나선다. 벌써 이름을 외웠는지 ‘본 주르네, 마담 박!(Bonne journee, Mme Park!)’이란다. 어색한 웃음으로 답하고 모퉁이를 돌아 백화점으로 들어섰다. 아르누보의 명작으로 꼽힌다는 공작새 프레스코, 아르누보 파사드를 보기 위해 고개를 젖힌다. 유리 천장에서 비추는 햇살과 에펠 구조물이 시선을 이끈다. 진열된 상품 위치부터 계단까지 모두 세심하다. 쇼핑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공간 자체가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19세기 아르누보 양식이라는 색상들과 곡선, 형태를 강조한 다양한 장식과 20세기 아르데코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을 넋 놓고 둘러본다. 금빛 바탕에 화려한 꽃무늬 장식을 사진에 담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관찰하니 마치 미디어 아트를 감상하는 듯하다.

201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물 리볼리관에서 최신 유행 상품들을 훑어보고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뷰티 매장을 둘러본다.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파리. 화려하고 다양한 제품들을 스치듯 지나쳐 편집숍 ‘루루 부티크’에서 멈췄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문구류들이 시선을 끈다.

르봉마르셰 백화점은 명품샵이 즐비한 생제르맹 구역에 위치한 파리 최초의 백화점이다. 백화점 내부 에스컬레이터가 유명하다.

백화점 투어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마레에 위치란 베아슈베(BHV) 백화점 문구류 코너, 지금은 고급 식료품 매장으로 바뀐 ‘프랑크에피스’(Franck et Fils)도 들러 보고 싶지만 사마리텐에서 나와 ‘르봉 마르셰(Le Bon Marche)’를 먼저 가 보기로 했다.

사마리텐 주변인 센강 풍경들.

거리는 2㎞ 남짓, 퐁네프다리를 건넌다. 명품숍이 즐비한 생제르맹 구역에 있는 르봉 마르셰 백화점은 파리에 처음 생긴 백화점이다. 사마리텐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백화점 내부 건물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들어온다. 또 다른 작품이다. 작은 편집숍들이 모여 있는 듯한 매장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평소 즐기지 않는 쇼핑도 이곳에서는 재미있는 디자인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본 브랜드이지만 다른 색상과 디자인, 또 다른 취향을 찾아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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