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사진 받은 경우 가장 많아
“대처방법 몰라 무대응” 78% 달해
“어린 여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아다니며 메시지로 성기 사진을 보내고, 평가해달라는 남성들이 정말 많아요.”
이제 막 20대가 된 대학생 A씨는 트위터 다이렉트메시지(DM)로 익명의 남성들로부터 성적 이미지를 받은 경험이 많다고 밝혔다. 나이가 어린 여성으로 보이거나, 익명의 계정일수록 이런 경험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학교 근처에서 여학생들을 괴롭혀 온 일명 ‘바바리맨’이 SNS, 온라인 환경으로 행동반경을 넓힌 셈이다.
서울시가 초·중·고교생 4012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지역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21.3%)이 디지털 성범죄 위험에 직접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지난 7월 중 17일간 실시했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 중 역대 최대규모라고 시는 전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아동·청소년 가운데 가장 많은 피해 유형(56.4%)은 ‘성적 메시지나 성적인 사진을 전송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온라인에서 일방적으로 계속 연락을 하고 만남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27.2%였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비슷한 유형인 ‘성적 이미지가 유포되거나 유포 협박을 받은 경우’도 4.8%, ‘성적인 사진이나 성관계를 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경우는 4.3%에 이르렀다.

그러나 10대 여성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응방법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2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해자 계정을 차단했다’ 25.9%, ‘해당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지 않았다’가 15.1%를 차지했다. 개인적 차원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한 경우가 대다수인 셈이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대응정보 및 주변 자원부족)’라고 밝힌 응답자가 78.5%에 달했다. ‘신고나 상담을 해도 제대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대응체계의 부재 및 불신)라고 밝힌 응답자가 11.7%로 뒤를 이었다.
여성 아동·청소년의 47.6%는 ‘피해 촬영물이 온라인에 퍼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촉구했다. 여고생의 경우 51%가 삭제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동·청소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기관’을 내년에 신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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