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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예능·다큐로 변신… 옛 드라마도 ‘역주행’ 인기

입력 : 2021-08-10 19:39:15 수정 : 2021-08-10 19: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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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로 재소비 되는 ‘명작’

최고 시청률 57% 찍었던 ‘야인시대’
진지함 벗고 ‘B급 감성’ 얹어 웃음 유발

온 가족 불러 모았던 MBC ‘전원일기’
4부작 다큐로 만들어 출연진 근황 전해

이제 성인 된 당시 어린이 시청자
대중문화 소비의 중심축으로 활동
‘명작 드라마’는 오래된다고 빛이 바래지 않는다. 최근 방송된 카카오TV ‘야인 이즈 백’과 MBC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 등은 오래된 옛드라마가 현재에서 소비될 수 있는 지점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하고 탄탄하게 구축된 캐릭터는 예능과 다큐멘터리, 토크쇼 등 다양한 형태의 변형을 통해서도 시청자의 애정을 받았다. 사진은 ‘야인 이즈 백’. 카카오TV 제공

“서울방송.”

지난 올림픽 기간 SBS 축구 중계 예고편에 최용수 해설위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등장해 내뱉은 말이다. SBS나 스브스가 아닌, 고릿적 표현의 이 ‘서울방송’ 타령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추억 놀이’는 최근 방송 트렌드와 연관이 깊다. 20∼30년 전의 ‘야인시대’나 ‘전원일기’부터 가깝게는 ‘별에서 온 그대’ 등 추억의 ‘옛드라마’를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패러디하듯 재미있게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기존에 방송 드라마 ‘재탕’은 주인공과 감성만 현대식으로 교체한 ‘리메이크’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패러디, 예능, 다큐멘터리 등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변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엄근진’ 드라마가 ‘B급 갬성’ 드라마로

최근 인터넷에서 많이 회자된 프로그램이 지난 8일 종영한 카카오TV 오리지널 ‘야인 이즈 백’이다. 2002년 당시 최고 시청률 57%를 기록했던 화제의 드라마 ‘야인시대’를 B급 예능으로 바꾼 프로그램이다. 비장한 표정의 주인공이 주먹을 꽉 움켜쥐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비장한 주제곡과 주인공의 모습을 360도로 뱅글뱅글 도는 카메라 무빙까지, 2021년의 시선으로 보면 2000년대의 ‘야인시대’는 손발이 오그라들어 웃음이 나는 ‘진지’ 코드의 대명사 같은 드라마다.

‘야인 이즈 백’은 이런 ‘엄근진’ 영웅들을 ‘멋지지만 웃긴 아재’로 바꿔놓았다. 프로그램 안에서 배우 안재모는 기억을 잃고 오로지 킹두한의 기억만을 가진 채 시민을 괴롭히는 악당을 응징하러 다닌다. 기존 드라마 팬들은 ‘추억’에 열광하고, 젊은 세대들은 부담스러운 영웅적 서사 대신에 현재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된 레전드 드라마를 예능으로 즐겼다.

유일한 PD는 “요즘 많은 분들에게 분노가 쌓여 있다고 느끼는데, 원하는 것이 많지만 힘든 상황에 처해 있으신 분들에게 왕년의 슈퍼 히어로인 킹두한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며 “‘야인시대’와는 다른 ‘야인 이즈 백’의 B급감성으로 젊은 세대에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했다. 높은 화제성으로 지난 9일까지 누적 36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큐플렉스-전원일기 2021’. MBC 제공

◆편안한 다큐가 된 전원일기

사실 ‘야인시대’는 카카오TV에 본격 소환되기 전부터 이미 ‘단골 패러디’ 대상이었다. 지난해 초에는 배우 김영철이 드라마 속에서 협상하는 “사딸라” 장면이 젊은 층에서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근엄한 표정과 촌스러운 발음의 “사딸라” 호령은 ‘짤’로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소비됐고, 김영철은 광고 모델로 섭외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각종 유행어나 행동 등을 모방해 사진이나 영상을 만드는 ‘밈(Meme)’ 현상이 방송과 광고계로 넘어온 사례다.

케이블채널 IHQ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만화방 백수 캐릭터를 맡았던 조세호, 남창희를 데려와 ‘별에서 온 퀴즈’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제목과 캐릭터, 유사한 분위기만 가져왔을 뿐 드라마와 큰 연관성은 없다. 추억은 도움닫기용 ‘발판’ 역할만 하는 셈이다.

유튜브와 케이블TV 재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과거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상파방송사도 ‘옛날 드라마’를 꺼내오고 있다. MBC는 창사 60주년을 맞아 지난달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을 총 4부작으로 편성해 선보였다. 김혜자, 최불암, 김수미, 고두심 등 당시 주역들이 출연해 이들의 근황과 만남 현장을 공개한 다큐멘터리다. 일용 엄니와 응삼이 등 시청자들의 주·조연 캐릭터와 이를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울림이 있는 잔잔한 내레이션이 합쳐지면서 5∼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렌즈 : 더 리유니언’. 웨이브 제공

해외에서는 이런 형태가 사실 익숙하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OTT 웨이브에서 공개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 : 더 리유니언’이 있다. 종영 21년 만에 6명의 주인공이 한자리에 처음 모여 토크쇼를 열자 전세계 ‘골수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조연진도 방청석과 화상연결을 통해 출연해 근황을 전했다.

강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에 대해 “최근 한국드라마와 관련한 다양한 변형은 1990년대부터 축적된 대중문화 콘텐츠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의 경우 지금 드라마와 1970∼1980년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국내의 경우 이런 토양이 이제야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때 ‘야인시대’와 ‘전원일기’를 보던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돼 대중문화 소비의 중심축으로 활동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변화된 미디어 환경도 한몫했다. 강 평론가는 “높은 시청률이 나온 ‘명작 드라마’를 놓고 각 방송사가 활용 방안을 그동안 많이 고민했다”며 “최근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의 역량 있는 PD들이 케이블, 유튜브 등의 예능과 패러디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이 나와 한국 방송 시장의 다양성을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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