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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당찬 반란… 한국 첫 金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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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5 18:08:17 수정 : 2021-07-25 22: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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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채택 양궁 혼성단체서 일냈다

김제덕 ‘열정’ 안산 ‘냉정’ 팀워크
쟁쟁한 선배 대신 출전 기대 보답
결승전서 첫 세트 내주고 역전승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왼쪽)과 안산 선수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도쿄=허정호 선임기자

“파이팅!”

 

지난 24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으로 적막함이 감도는 경기장에 태극마크를 단 앳된 청년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한국 양궁 남자대표팀의 막내 김제덕(17). 난생 처음 밟은 올림픽 무대임에도 긴장한 기색 없이 10대다운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순식간에 휘어잡았다. 그의 옆에는 세 살 위의 여자대표팀 막내 안산이 담담하게 서 있었다. 대표팀 내에서도 ‘포커페이스’로 통하는 그에게도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간의 땀흘려 다져온 실력에서 오는 자신감이다.

 

한국 양궁대표팀은 23일 열린 남녀 랭킹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선수에게 이번 대회에서 처음 채택된 혼성 단체전 출전자격을 주기로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남녀 막내들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 예상밖의 결과였지만 양궁대표팀은 원칙대로 둘을 팀으로 묶어 출전시켰고, ‘무서운 막내’ 안산과 김제덕은 보란듯 기대에 부응했다.

 

방글라데시, 인도팀을 연파한 뒤 네덜란드의 스테버 베일러르-가브리엘라 슬루서르 조와의 결승마저 5-3(35-38 37-36 36-33 39-39)으로 승리하며 한국 대표팀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8강, 4강전에서 줄곧 상대를 리드하며 순조롭게 풀어온 두 선수는 결승이 돼서야 처음으로 1세트를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둘은 흔들리지 않고 2세트와 3세트를 따내며 역전을 만들어낸 뒤, 마지막 4세트에서 무려 39점을 쏘며 압박해온 네덜란드와 동스코어를 만들며 승리에 필요한 승점 1을 추가해냈다.

양궁국가대표 김제덕(왼쪽)과 안산이 지난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도쿄=사진공동취재단B

이날 두 선수는 랭킹 라운드에 따라 급조된 팀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호흡을 보였다. 김제덕은 짧은 시간에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겨 안산에게 더 많은 슈팅 시간을 줬다. 쉼없는 ‘파이팅’ 외침으로 팀에 기세를 불어넣는 것은 김제덕만의 특별한 ‘보너스’였다. 그러면 안산이 승부처마다 10점을 날려 쐐기를 박았다. 경기 뒤 김제덕은 몇 번이나 ‘파이팅’을 외쳤냐는 질문에 “쉴 새 없이 외쳐 알 수 없다”면서 “분위기상 기분 좋을 때는 기합 지르고, 쏘기 전에는 파이팅을 외쳤다”고 밝혔다. 안산은 “김제덕의 파이팅 소리에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사대에 나설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남동생의 열정과 누나의 냉정함이 만들어낸 완벽한 팀워크였다.

 

이날 성과는 ‘양궁천재’들의 성공담이기도 했다. 2013년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활을 잡은 김제덕은 남다른 기량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는 각 분야 영재를 조명하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그는 거침없이 성장해 그 어렵다는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가 됐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 가을 어깨 부상 여파로 선발전에서 탈락해 도쿄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쳤지만 대회 1년 연기로 운명처럼 기회가 찾아왔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안산도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불린 선수다. 그러나 세계 최강 한국 여자양궁 국가대표 자리는 천재조차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늘 간발의 차이로 늘 국가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하다 20세 나이에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았고 첫 올림픽에서 단숨에 세계무대를 휘어잡았다.


도쿄=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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