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평소 업무 노동 강도 심해
건물명 한자시험 보고 점수 공개”
유족 등 오세정 총장 규탄 회견

“건물 이름을 한자로 써라, 영어로 써라. 예고 없이 시험을 보고 점수를 공개했습니다. 창피하고, 당혹스럽고, 자괴감을 느껴 울었습니다. 화가 나서 못살겠어요.”
서울대 청소노동자 A씨는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지난달 26일 숨진 채 발견된 50대 이모씨의 동료인 그는 “우리가 이런 일(청소)을 한다고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과 유족 등은 이날 이씨 사망과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규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과 노조 측은 숨진 이씨가 직장 내 갑질과 극심한 노동강도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서울대 안에서도 학생 수가 많고 건물이 큰 기숙사에서 일했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 매일 100L들이 쓰레기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날라야 했다. 또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와 상관없는 시험을 보게 하고, 매주 회의에 ‘멋진 모습으로 참석’할 것 등을 강요하는 등의 갑질을 일삼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씨의 남편은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지 10일이 지났는데도 현실 같지가 않다”며 “아내를 다시 볼 수 없겠지만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근로를 이어가야 한다면, 출근하는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유족과 노조는 학교 측에 진상 규명을 위한 산재 공동조사단 구성과 관리자 파면 등을 요구하고, 오 총장에게 관련 내용이 담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울대 측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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