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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돛대 위 선 시진핑, 인민복 입고 현대판 ‘황제 대관식’

입력 : 2021-07-01 18:10:56 수정 : 2021-07-01 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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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안먼서 열린 100주년 기념식
‘1등 국가 항해’ 시작한 중국호 형상화
중국몽 진두지휘하는 조타수로 표현
시진핑, 마오쩌둥 초상화 위로 등장
마오 뛰어넘는 성과 달성 의지 드러내
“대만독립시도 분쇄” 청년들 충성 맹세
7만명 노마스크 운집… 코로나극복 과시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오성홍기가 게양되는 동안 군악대가 국가를 연주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극복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현대판 ‘시 황제’ 옹립식.’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가 열린 톈안먼 광장 행사장은 전체적으로 배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시진핑 주석이 연설한 망루에서 광장 중앙의 인민영웅기념비까지 빨간 카펫으로 이어져 붉은 기둥의 ‘돛대’를 떠올리게 한다. 망루에서 보면 돛대를 중심으로 양편에 놓인 총 7만여명의 참석자들 자리는 앞으로 전진하는 배처럼 반원 형태로 배치됐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항해를 시작한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높은 위치의 망루에 서서 연설한 시 주석이 ‘중국호(號)’를 진두지휘하는 조타수임을 분명히 했다. 공산당 중앙당사문헌연구원이 ‘공산당 100년 대사건’에서 시 주석에게 과거 마오쩌둥에게만 썼던 ‘국가의 조타수’란 수식어를 사용했는데 이를 형상화한 셈이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앞쪽 회색 인민복 차림)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후진타오(胡錦濤·중앙) 전 주석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이 망루에 걸린 마오쩌둥의 초대형 초상화와 같은 중산복(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커다란 함성과 함께 박수를 쏟아냈다. 시 주석이 27년간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 반열의 지도자에 올랐고, 앞으로 이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이날 연설에 ‘장기 집권’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마오쩌둥과 동급이 된 시 주석이 내년까지인 두 번째 5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자신의 장기 집권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듯 시 주석은 연설 내내 ‘중국몽’을 이루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중국 공산당이 단결해 중국 인민을 이끌고 신민주주의 혁명의 위대한 업적을 일궜다”며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 나부끼는 대형 오성홍기 위로 전투기들이 오색 연기를 내뿜으며 날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홍콩 등에 관한 발언도 거침이 없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방침을 관철해야 하고 중앙정부는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전면 관리와 통치를 하고, 이들 특별행정구는 국가보안법을 실행해 사회 안정을 지켜야 한다”며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이자 중화민족의 염원”이라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 도모를 단호히 분쇄하고 민족 부흥이라는 아름다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누구도 중국 인민의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키는 굳은 결심과 확고한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1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려 스쿠터를 탄 한 행인이 대형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연설하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을 찍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또 중화민족이 인류문명 진보에 불멸의 공헌을 했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그는 “중화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으로 5000년이라는 유구한 문명과 역사를 가지고 인류 문명 발전에 불멸의 공헌을 했다”며 “새로운 여정에서는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을 추진해 인민이 부유하고 국가가 강대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종엄치당(엄격한 당 관리)을 통해 청렴 구축 및 반부패 투쟁을 추진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해야 한다”며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외교정책을 견지하며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을 견지하며 제로섬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라도 했다.

마오쩌둥을 연상시키는 중산복(인민복)을 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시 주석 연설 중간마다 참석자들의 우렁찬 박수가 울려 퍼졌다. 특히 ‘만리장성에서 피를 흘린다’는 부분에서는 시 주석의 말이 끝나기 전부터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에 시 주석도 더 목소리를 높이는 등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9500만명의 공산당원 가운데 선발됐다는 자부심이 얼굴에 묻어났다. 중국 공산당의 군대인 홍군의 파란 복장을 연상케 하는 하의에 흰색 상의를 입고 나온 4명의 10∼20대의 남녀 공산당원들과 그 뒤의 수천명의 젊은 당원들이 하나 같은 몸짓과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는 충성 맹세는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까지 떠올리게 했다.

기념행사 시작에 앞서 대규모 열병식 대신 헬기 29대가 창당 10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100’을, 전투기 10여 대가 창당 기념일인 7월 1일을 가리키는 ‘71’ 모양으로 비행하는 것으로 창당 행사를 축하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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